매일신문

[야고부] 막말 정치판

미국의 링컨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에 출마하려던 시절, 상대 후보에게 몹쓸 인신공격을 받았다.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야!"링컨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또 다른 얼굴이 있다면 왜 이런 얼굴을 하고 있겠습니까?" 자신의 외모에 빗댄 링컨의 멋진 대꾸에 청중은 폭소를 터뜨렸고, 그것으로 게임은 끝이었다. 영국의 처칠 총리는 어느 여성 하원의원에게 지독한 악담을 들었다. "내가 당신 아내라면 당신 커피에 독을 탔을 겁니다." 처칠의 맞대응이 더 걸작이었다. "내가 당신 남편이라면 그 커피를 얼른 마셔버리겠소!"

조선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남긴 일화도 있다. 태조가 무학에게 "대사는 꼭 돼지 같소"라고 농을 던지자, 무학이 "대왕은 정말 부처님 같습니다"고 응수한 것이다. 태조가 그 까닭을 묻자, 무학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모두가 부처님으로 보이는 법이지요"라고 대답했다. 무학을 은근히 골리려던 이성계의 완패였다. 세상만사 고수(高手)일수록 부드럽고 여유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는 두서없이 설쳐대는 하수(下手)들의 천박한 언행 때문에 불편하기 짝이 없다. 막가파식의 분별없는 언사를 쏟아내는 극단적 이념주의자나 소인배 무리의 처신이야 그렇다 치자. 명색이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이 내뱉는 저속한 언어는 차라리 역겹기까지 하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횡행하던 이른바 '나꼼수'의 막돼먹은 언동은 아직도 본의 아니게 낯뜨거운 포르노 영상을 본 듯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물며 대통령을 '가카새끼'로 부른 현직 부장판사와 현역 군 장교, 여당의 유력 여성 대권 후보에게 '그년'이란 막말을 내지른 명문대 출신의 야당 최고위원 그리고 그 아류의 국회의원들이 건재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의 품격은 과연 몇 점이나 될까? 그저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근혜 예산'의 삭감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 간에 '깡패' '양아치' 등 막말을 동원한 설전이 또 벌어졌다.

우리 정치판이 '나꼼수'의 수준을 언제나 벗어나려나. 말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담겨 있다. 더구나 지도층의 언행은 그 사회의 품격을 방증한다. 링컨과 처칠의 일화에서 보듯, 정작 막말로 손해를 보는 쪽은 본인이다. 예나 지금이나 '혀 아래에는 도끼가 들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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