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반값 할인' '파격 세일' 등이 앞으로 사라진다. 도서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책값의 거품을 빼고 중소서점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시행되지만 출판계와 소비자들의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이미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출간 18개월 미만 신간 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18개월이 지나면 할인율에 제한이 없어 대부분 소비자는 도서정가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중소서점을 살리고 책값 거품을 빼자는 취지로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고,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의 핵심은 '할인율 축소'. 출간 시기와 관계없이 모든 서적에 대해 10% 이내 직접할인, 5% 이내 간접할인(적립금)으로 할인율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출판'서점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가 살아날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서점만큼 할인 여력이 없었던 중소서점을 위해 할인율을 줄였지만, 실제로는 판매 가격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서점업계의 중론이다. 직접적인 가격할인과 적립금 외에도 수많은 할인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통신사'카드사 제휴 할인, 배송료 할인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 한 권당 가격 할인과 달리 전집세트에 대한 할인은 규제를 받지 않아 자본력 있는 대형서점들은 우회적 할인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대구 수성구에서 중소서점을 운영하는 정모(54) 씨는 "오히려 대형서점들이 카드사 제휴를 강화하거나 전집세트류 할인 폭을 더 늘리면 지금보다 장사가 더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책값 거품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인상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도서정가제로 출판사들이 판매 감소를 겪게 되면 매출 손실을 책값 인상으로 메우려 할 가능성이 크다. 또 도서정가제 도입을 앞두고 온라인 서점들이 최대 90%에 이르는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21일 제도 시행 이후 책을 사는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판매가격이 인상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초등학교 참고서는 소비자 구입가가 크게 오를 전망이다. 2007년 도서정가제에서 제외된 초등학생용 참고서의 경우 그간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공급됐기 때문이다. 초교 5학년과 3학년 자녀를 둔 임정민(37) 씨는 "지금도 참고서값이 만만치 않은데 할인율까지 줄어든다면 평소보다 구입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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