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오웰 리스트

'동물농장'으로 스탈린체제의 위선을 신랄히 비판했던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한때 좌파였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 참전을 계기로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난다. 그가 스페인에서 목격한 것은 공산주의나 파시즘이나 그게 그거라는 사실이었다. "파시즘이 정당과 언론자유의 억압, 재판 없는 구금 같은 것을 의미한다면 스페인의 현 정권이 바로 파시즘이다."

이후 오웰은 '스페인의 실상' '카탈루냐 찬가'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공산주의를 감싸고 있는 신비의 후광을 벗겨 내고 그 추악한 실체를 폭로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가 폐결핵으로 사망하기 1년 전인 1949년에 비밀 공산주의자이거나 동조자로 의심되는 38명의 지식인 명단, 이른바 '오웰 리스트'(Orwell's list)를 영국 정보기관에 넘긴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지난 2003년 공개된 이 명단에는 당시 사회 각계의 유명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역사학자 E. H. 카, 좌파 주간지 '뉴스테이츠먼'의 편집장으로 오웰의 공산주의 비판 기사의 게재를 거부했던 킹슬리 마틴, 훗날 KGB 간첩으로 드러난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피터 스몰렛 기자, 뉴욕타임스의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250만∼350만 명이 굶어 죽은 1930년대 우크라이나 관제(官製) 기근을 고의로 보도하지 않은 월터 듀런티,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 등을 꼽을 수 있다.

오웰이 이들의 명단을 정보기관에 건넨 의도는 '체제 위협 인물'에 대한 '밀고'가 아니라 대(對) 공산권 선전에 이들을 기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영국 정부가 '오웰 리스트'를 얼마나 활용했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냉전(冷戰)을 치르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았으리라는 짐작은 해볼 수 있을 듯하다.

보수시민단체인 블루유니온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 연방수사국(FBI)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 국내 반미(反美) 성향 인사 88명에 대한 입국 거부 청원서를 지난 17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미 우방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행동을 억제하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한다.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처럼 미국을 욕하면서도 자식은 미국 유학을 보내는 것이 국내 반미주의자들의 행태다. 미국 정부가 청원을 받아들이면 그들의 '미국 취향'도 종지부가 찍힐 것이다. 그때 그들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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