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라 장보고·최부가 맺은 인연, 한류 스타들이 이어가요

한류 마케팅으로 더 가까워진 중국 닝보

닝보시는 최근 경제적인 도약과 더불어 문화와 역사를 결합한 도시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류의 과거와 현재를 이용한 문화마케팅을 벌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닝보시 전경. 닝보일보 제공
닝보시는 최근 경제적인 도약과 더불어 문화와 역사를 결합한 도시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류의 과거와 현재를 이용한 문화마케팅을 벌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닝보시 전경. 닝보일보 제공

중국 저장성의 항구도시 닝보. 대구와는 지난 2002년 우호협력도시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자매결연도시로 교류를 확대하고 있어 더욱 정감이 가는 도시이다. 최근 닝보시는 경제적인 도약과 더불어 문화와 역사를 결합한 도시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류의 과거와 현재를 이용한 문화마케팅을 벌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와 '조선의 마르코 폴로'인 최부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김태희 박하선 등을 캐스팅한 영화와 드라마를 닝보에서 촬영하면서 한류 바람을 이용하고 있다.

◇해상왕 '장보고'와 조선의 마르코 폴로 '최부'

과거 명주(明州)라는 이름을 가졌던 닝보(寧波)시는 지명의 유래부터 눈길을 끈다. 앞바다의 '파도'(波)가 '잔잔하다'(寧)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국 서남부 해류가 이곳에 와 닿기 때문에 예로부터 한반도와 닝보 사이에 교류도 많았다. 바다 길목에 있는 신라초(新羅礁)라는 바위부터가 장보고 선단을 비롯한 신라 배의 빈번한 왕래를 입증하며, 고려 문종의 아들인 대각국사 의천(義天)과 천태종의 교조가 된 의통(義通) 대사의 활약상도 전한다. 북송(北宋) 시절 고려사절과 무역상이 머물렀던 자리에 복원한 고려사관(高麗使館)유적기념관은 양국의 끈끈한 교류사를 웅변한다.

장보고의 동상과 함께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조선 성종 때 학자 최부(崔溥'1454∼1504)의 초상화. 제주도에 관리로 파견되었던 최부는 부친상을 당해 고향(전남 나주)으로 가던 길에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닝보에 당도했다. 그는 중국의 주요 내륙도시와 베이징을 거쳐 한양으로 돌아오기까지 8천800여리(3천200㎞)에 이르는 여정 동안 겪은 일을 '표해록'(漂海錄)에 남겼다. '표해록'은 이탈리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일본 엔닌의 '입당구법순례기'와 함께 3대 중국 기행문으로 꼽힌다.

생사의 기로에 선 극한상황과 낯선 중국땅에서도 조선 선비로서 최부의 흔들림없는 결단과 처신은 중국 관민의 심금을 울렸으며, 그의 효사상(孝思想)과 정의관(正義觀)에 감복한 현지인들이 표류 행적을 좇아 기념비를 세우고 기념 세미나를 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표류사적비 건립 장소인 닝하이현 웨시소학교는 최부의 행적을 기록한 보조교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왕희지의 아내 '김태희'

과거의 닝보에 장보고와 최부가 있었다면 현재에는 김태희와 박하선이 시민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문화와 역사,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 문화마케팅을 중시하는 닝보시는 최근 한류 배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녀 배우 김태희는 최근 이곳에서 자신의 첫 중국 드라마인 '서성 왕희지'(書聖 王羲之)의 촬영을 마쳤다. 왕희지의 일생을 그린 이 드라마는 6천만 위안(약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40부작의 대형 사극. 닝보시 인근 샹산(象山)현에서 주로 촬영했는데, 김태희는 20~50대에 이르는 왕희지의 부인 역을 맡아 촬영 현장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사극의 여왕' 박하선도 10월부터 닝보에서 중국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닝보와 상하이에서 촬영되는 100억 규모 3D 중국 영화 '탈로이도'에서 여주인공 공주 역을 맡았는데, 지난 10월에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중국 CCTV를 비롯해 50여 매체가 몰려 혼란이 빚어질 정도였다.

닝보시는 한류배우를 기용한 문화마케팅뿐만 아니라 대규모 위락시설을 통한 관광객 유치에도 앞장서고 있다. 닝보 남쪽지구에 짓고 있는 로몽유시티(Romon-U city)가 대표적 시설이다. 한국의 롯데월드를 본뜬 실내 테마파크와 힐튼가든호텔, 쇼핑센터를 망라하는 위락지구인 로몽유시티는 12월 임시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개장작업이 한창이다. 중국 최대의류업체인 로몽이 총 투자금액 50억 위안(8천900억원)을 투입한 로몽 유파크는 건축면적 20만㎡, 실내 높이 57.4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심 실내파크로 지어질 예정이다. 서울 롯데월드에서 근무했던 한국인 총경리 김길전 씨는 "한국 테마파크의 소프트웨어와 노하우가 전수될 로몽유시티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관광객들의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눈 깜짝하는 사이 초고층 빌딩이 쑥쑥 올라가는 닝보의 변화 바람이 관광객 유치 전략에도 후끈하게 옮겨 붙었다. 닝보의 변화는 어제오늘이 다르고 오늘 내일이 다를 정도로 속도가 빠른 데다 질적 변화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배성훈 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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