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인류 멸마의 최대 위협은 변종 바이러스

전염성 질병의 진화/ 폴 W. 이월드 지음/ 아카넷 펴냄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행성 충돌, 대규모 화산 폭발, 지구온난화, 핵전쟁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위협은 '전염성 강한 변종 바이러스'였다.

위협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다. 서아프리카와 스페인, 미국 등에서 관련 사망자가 5천여 명 넘게 발생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곧 전염병 최고 등급인 판데믹(pandemic, 대유행) 판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과거에 판데믹 판정을 받은 전염병은 1968년 미국에서 100만 명 이상 사망자를 낸 홍콩독감과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대륙에서만 5천만 명 이상이 죽은 스페인독감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6세기 멕시코 원주민 15만 명을 죽게 만든 천연두와 14세기 유럽 인구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 간 흑사병이 있다. 알려진 최초 사례는 기원전 340년 아테네 시민 4분의 1을 죽인 장티푸스다. 장티푸스 때문에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도 패한다.

과학과 의학은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 전염병도 잘만 예방하면 되는 것 아닐까. 쉽지 않은 일이다. 의학 분야를 살펴보면 유전자 요법이나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등이 개발돼 불치병이나 난치병으로 알려진 여러 질병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전염병 앞에서만은 예외다. 항생제를 개발하면 세균도 내성을 강화하기를 서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더 이상 대응할 항생제가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고, 이때 슈퍼박테리아와 같은 균주가 나타나면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폴 W. 이월드는 또 다른 경고를 던진다. 앞으로 인류를 위협할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나 조류독감 같은 병독성 강한 바이러스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만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바이러스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평소에는 별로 위험하지 않던 가벼운 설사나 감기 증상이 변종을 일으켰을 때,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항생제가 없다면 그 결과는 판데믹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하기를 원한다면, 전염병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역발상의 주장을 덧붙인다. "병원체를 파괴하기 위한 '군비경쟁'에 엄청난 돈과 수고를 쏟아 부을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병원체들이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해온 것보다 덜 유해하게 만들어 우리와 함께 살 수 있도록 길들이는 것이다." 432쪽, 2만8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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