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 책!] 화냥년이 된 성녀, 나라가 버린 여인들

화냥년이 된 성녀, 나라가 버린 여인들/ 박민서 지음/ 북랩 펴냄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나라는 수십만 조선 여인을 붙잡아 갔다. 이후 다시 돈을 받고 이들을 그 가족에게 되파는 만행을 저질렀다. 가족들은 그렇게 고향으로 무사히 되돌아온 여인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반겼다. 하지만 나라는 '환향녀는 절개를 잃은 훼절자이므로 내쫓아도 된다'는 영을 내렸다. 백성들은 나라와 문중의 압력으로 어머니를, 아내를, 딸을 '화냥년'이라 부르며 배척해야만 했다.

저자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오가는 철없는 명분 싸움에 희생되는 것은 결국 선량하고 힘없는 약자들"이라고 지적한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전시작전권, 북방한계선(NLL), 쇠고기 파동, 그리고 최근 세월호 사고까지.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지 못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위를 살피지 않는 정치 현실을 드러낸다. 사실 병자호란은 무작정 청나라를 반대하다, 임금은 항복하고 백성은 포로가 되거나 죽임을 당한 '인재'였다. 이러한 재난 앞에 위정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명분으로 사상누각을 짓기만 한다. 저자는 대구에서 30여 년간 중학교 역사 교사로 재직했다. 382쪽, 1만4천800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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