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국시리즈 5차전이 있던 날은 10일 월요일이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대역전극을 펼친 경기가 한창이던 그 시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관 건너편 '분홍빛으로' 병원 9층에서는 작가콜로퀴엄 강좌의 열기가 후끈했다. 이날은 유럽 문화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문화와 역사에 관한 10회 강의 중 첫 강의가 있었다. 강사로는 프랑스 고대사를 전공한 선문대 임승휘 교수가 나섰다. 중고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운 프랑크 왕국이나 샤를대제 정도의 이름밖엔 기억이 없는 청중들에게는 신선한 기쁨으로 다가왔다. 임 교수는 파리4대학(옛 소르본느)에서 10년간 공부한 만큼 촌평이나 경험담을 덧붙인 해박한 설명을 했다. 수강자들은 프랑스의 역사, 교육은 물론 농업에 이르기까지 질문을 쏟아냈다.
이 강의는 15년째, 400회를 훌쩍 넘기며 지속되어온 사단법인 대구작가콜로퀴엄의 시민과 작가를 위한 강좌이다. 주로 문학, 철학, 역사학 등의 인문학과, 예술의 다양한 장르의 신조류나 첨단 학문까지 소개한다. 지역의 저명한 영문학자로 작가콜로퀴엄 이사장인 박재열 교수(경북대 명예교수)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지적, 예술적 영감을 줘 생각이나 감성의 틀을 깨어주고 싶었다"며 "학문적, 예술적 영감은 사람이 직접 전할 때, 도서관에서나 얻는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지식보다는 다소 불완전하지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선다"고 했다.
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미영 시인은 작가대학 수료식 때 초청한 박완서, 오정희, 김춘수 등의 소설가와 시인, 2003년 영화감독 봉준호와 장준환, 평론가 정성일 등의 강의가 깊은 영감을 주었다고 지난 15년을 회고했다.
작가콜로퀴엄은 테마세계여행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8월에 작가콜로퀴엄 회원들은 1차 실크로드 탐방으로 시안에서 둔황을 거쳐 우루무치, 카슈가르까지를 탐방했다. 그 이듬해 1월 8일부터는 회원이 쓴 실크로드 기행문이 매주 토요일 매일신문에 연재되었다. 회원들의 실크로드에 관한 관심도 더 높아졌고 실크로드의 역사, 문화에 대한 강의가 개설되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첫 강의는 일명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 교수가 맡았는데, 그는 대구와의 첫 인연이 화원교도소에 입소한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실크로드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청중들을 열광시켰고 강의 뒤 가진 술자리에서도 깊은 지식뿐만 아니라 겸손한 인격으로도 회원들을 감동시켰다. 이 강의를 통해 얻은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2차 실크로드 탐사가 2011년 8월에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이루어졌다.
2012년부터는 세계인의 정신적 배경이 되는 종교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였다. 많은 편견과 갈등이 종교적 이념이 달라서 일어나기 때문에 종교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맨 처음 불교를 다루면서 불교가 중국화되기 이전의 남방불교와 원시불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뒤의 이슬람교 강의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대부분 수강생들은 그 종교의 기본교리와 거기에서 비롯된 생활철학 및 예술 철학 등을 처음 접하면서 무슬림에 대한 많은 오해를 풀게 되었고, 더 열린 마음으로 무슬림들을 보게 되었다. 시리아인 무슬림 이맘을 강사로 초청한 강의에는 청중의 반이 대구와 인근에 사는 하얀 옷의 무슬림들이었고, 그들과 나눈 대화는 무슬림의 교리가 우리의 유교적 윤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이어서 유대교, 기독교,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도교 등의 강의가 1년여에 걸쳐 이루어져 다른 나라의 종교와 사상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3차와 4차 실크로드 탐사는 2012년 터키, 2013년 2월 이란에서 이루어졌다. 지난해에는 타이베이와 이상향으로 불리는 샹그릴라, 올해에는 바이칼 호수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러시아 문화탐방을 다녀왔다. 내년 1월에는 스페인 일주 미술 건축기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콜로퀴엄은 지난 15년간 학문과 예술을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영감을 나누고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해 왔다. 어떤 행사든 이질적인 문화나 학문을 소개하고 우리 문화와 접목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문화 창조의 밑거름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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