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따뜻한 나무에 자신의 몸짓과 호흡을 실어 마음으로 형태를 조각하는 작가 차종례 초대전이 29일(토)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리고 있다.
차 작가는 나무 합판을 켜켜이 쌓은 뒤 깎아 만든 부조를 벽면에 붙이는 작업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녀의 작품에는 무엇으로 테두리 지우고 한정할 수 없는 자연과 삶의 풍경이 담겨 있다. 어떤 작품은 넘실대는 파도, 다른 작품은 뾰족이 융기한 산세, 또 다른 작품은 버섯 군집을 연상시킨다. 작품 속 이미지는 자연 속 생명활동 또는 물리 작용을 닮았지만 작가는 구체적인 대상을 형상으로 나타내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다. '자연의 법칙을 모두 알기 전까지 작가는 작품에 자연을 완벽하게 옮길 수 없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이 회상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무정형의 패턴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특징짓는 하나의 키워드가 된다.
한편으로 보면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조형성은 우연성의 산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산물은 현묘한 조형성을 띠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 일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뭇결의 중첩 효과는 뾰족한 모서리와 둥그런 면과 대비되어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날카로움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그녀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이 매번 압도되는 이유다.
20여 년 동안 나무만을 고집해온 작가에게 나무 작업은 지난한 노력과 행위가 반복되는 일종의 수행 과정이다. 작가는 나무라는 재료를 자신의 조형적 욕심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취하기보다 이기적 욕망을 지우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자기 성찰의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작가는 고된 작업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또 나무가 지닌 숨결을 존중하며 나무에 자신을 맡긴 채 세속적 영욕을 다스리듯 잠재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널리 알려진 부조 작품을 새롭게 형상화한 신작을 선보였다. 아울러 환조 형식의 입체 조각 작업도 최초로 공개했다. 부조와 환조는 모두 나무의 질감을 최대한 드러낸다. 따라서 작품에는 자연미와 인공미의 순환적 결합을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깊게 배어 있다.
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는 "내면의 표현이라는 상투적인 서술에 기대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녀의 작업은 내면적인 영역과 현실 영역, 그 경계의 문턱 위에 불안정하게 놓여 있는 상태로 보는 편이 더 매력적이다. 작품이 관람객들의 상상으로 되먹임(feedback)되는 그녀의 작업은 내면과 외면의 경계인 동시에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떠받치는 표면의 명료한 힘을 갖고 있다. 18점의 작품이 배치된 이번 전시는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조각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차 작가는 갤러리아트사이드, 관훈갤러리, 성곡미술관, 유아트스페이스, 미국의 버몬트 레드 밀갤러리, 대만의 에버 하비스트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서울 프라자호텔, 성곡미술관, 남포미술관, 중국 장저우 JW메리어트호텔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053)426-5615.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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