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나폴레옹의 모자

일주일 전에 프랑스 어느 경매장에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2각 모자가 약 26억원에 우리나라 식품업체 하림 김홍국 회장에게 낙찰되었다. 나폴레옹은 마랭고 전투 때 2각 모자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림은 닭고기 전문 판매업체다. 김홍국 회장이 그 모자 대신 해외의 우리 문화유산을 들여오는데 사재를 털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비판도 있다. 과연 그가 나폴레옹 모자를 고가에 매입한 것을 의미 있게 볼 수 있을 것인가?

나폴레옹(1769~1821)은 지중해 코르시카섬(원래는 이탈리아 땅) 출신이다. 파리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1799년 쿠데타를 일으켜 제1통령이 되었다. 그는 프랑스 혁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개혁정치를 했고, 자유와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전파한다는 명분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를 공격했다.

나폴레옹의 수십 차례 정복 원정 중 마랭고 전투는 그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1800년 6월 나폴레옹은 6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마랭고 평야에서 오스트리아군 7만 명을 대파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알프스산맥을 4일 만에 넘었다. 알프스산맥의 길은 눈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프스산맥을 군대가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승리를 계획하는 사람은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폴레옹은 앞에서 보면 박쥐가 날개를 편 것처럼 특이하게 2각 모자를 착용해 멀리서도 위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는 풍요의 땅, 이탈리아에 가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을 격려했다. 마랭고 전투에서 보급망이 끊기자 나폴레옹은 부하들이 구해 온 닭, 달걀, 마늘 등으로 요리를 해 병사들에게 먹이도록 했다. 지금도 프랑스에는 '치킨 마랭고'라는 요리가 있다.

마랭고 전투의 승리로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했다. 나폴레옹은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영웅 시이저가 프랑스 지역을 점령한 것을 회상했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4년 뒤 인민투표에 의하여 황제가 되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대가였다.

나폴레옹의 2각 모자와 닭고기는 눈 덮인 알프스산맥을 넘었던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닭고기로 기업을 일으킨 하림 김홍국 회장은 그 모자를 취득하는데 26억원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나폴레옹 모자를 소유함으로써 하림이 세계의 닭고기 식품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닐까? 나폴레옹의 모자를 통하여 우리 국민들이 나폴레옹 정신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박정희 전 대통령도 생전에 나폴레옹을 존경했다. 박정희 체제의 '하면 된다'는 정신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정치인은 꿈을 파는 상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와 혁명정신으로 유럽을 지배하고자 하는 프랑스의 꿈을 말했다. 그래서 병사들은 '프랑스 국민'이라는 자각과 애국심에 불탔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신분에 관계없이 승진했다.

우리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어떠한 꿈을 팔고 있는가? 2년 전에 국민통합'국민행복의 꿈을 국민에게 던졌던 박근혜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했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그 꿈을 현재도 향유하고 있는가? 박근혜정부는 얼마만큼 국민을 통합시켰는가? 국회는 특권을 폐지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얼마만큼 부응했는가? 국회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엇을 고민했는가? 각 정치세력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국민들과 멀어지기도 하지 않았던가? 우리의 지도자들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려는 꿈을 꾸어 본 적은 있었는가? 우리들 앞에는 공무원연금'무상복지 등 국가개조의 과제들이 있다.

나폴레옹이 도전했던 눈 덮인 알프스산맥이 있었듯이 우리들의 한라산과 백두산에도 조만간 눈으로 뒤덮일 것이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이 도전정신으로 나라의 상징 태극기를 들고 국민들에게 화합을 말하고 개혁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용대(변호사·경상북도 공직자윤리위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