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환(57) 고령군수는 뚝배기 같은 사람이다. 뚝배기는 가장 토속적이며 서민적인 그릇이다. 은근히 달아오르지만 한번 끓기 시작하면 용광로 못지않다. 일을 하는 데 꼼꼼하고 치밀하다. 그렇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은 황소처럼 밀어붙이는 뚝심이 꼭 뚝배기 같은 것이다.
곽 군수는 '내 인생의 멘토'를 선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워낙 마당발이다 보니 누구를 택해야 할지 고민했다. 학창 시절 가르침을 주신 은사도 있고, 정치적 조언을 해준 동료와 선배들 중 누구를 멘토로 꼽느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행정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고 군수로서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준 김종욱(73) 전 고령부군수를 떠올렸다.
◆학창 시절 두 번의 좌절
곽 군수는 1957년 고령군 쌍림면 월막리에서 태어났다. 2남 3녀 중 장남으로 가정 형편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학창 시절 진학을 앞두고 두 번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월막초등학교와 고령중학교 시절 꽤 공부를 잘했다. 항상 특설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엔지니어가 되는 게 꿈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대구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고령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어린 나이에 첫 좌절을 맛본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당시 서울에 살던 이모집에서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위해 학원을 다녔다. 쌀은 아버지가 올려주신 것으로 해결했지만 학원비가 만만찮았다. 결국 5개월가량 학원을 다니다가 육사 진학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곽 군수는 "학원비가 워낙 많이 들었다. 나 때문에 동생들이 진학을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것 같아 육사 시험을 포기했다"고 회상했다.
고향에 내려와 농촌지도사 시험에 응시했다. 경쟁률이 30대 1로 만만찮았지만, 공부를 곧잘 해왔던 덕분에 보름간 시험공부를 해서 단번에 합격했다. 1977년 2월 농촌지도사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김종욱 전 고령부군수는 인생의 전환기
농촌지도사로 고령군에서 근무하면서 1996년 행정직 7급 공무원으로 전환했다. 김종욱 전 고령부군수가 고령군에 부임한 것은 1999년 8월이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김 전 부군수는 경북도에서 오래 근무한 덕분에 행정 경험이 풍부했다. 행정'문화 전문가였던 그는 고령에 부임하면서 고령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고령에 관광'문화의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고령군이 앞으로 먹고살 길은 대가야의 도읍지였던 고령지역의 문화유산들을 관광자원화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김 전 부군수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됐다. 행정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고령군은 면적으로 따지면 경북 도내에서 울릉도 다음으로 작고 인구 3만6천여 명에 불과한 군이다. 그러나 고령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가야의 유물과 역사성을 부각시킨다면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것이다. 곽 군수는 2005년 문화체육과장으로 재임 시 처음으로 대가야체험축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고령군을 구미와 포항에 버금가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행정에 대한 폭넓은 견해를 가지게 된 것은 1995년 민선군수 초대 비서실장을 한 것도 한몫을 했다. 서무계장이던 곽 군수를 이진환 전 고령군수가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2001년 5급 사무관으로 승진을 했다. 사무관 승진 첫 발령지가 고향인 쌍림면이었다. 그곳에서 면장을 하면서부터 면민들에게 연하장이나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손편지를 써 보냈다.
곽 군수는 "손편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군민들이 있다"면서 "면민들과 소통을 하는 데는 편지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주민자치과장과 운수면장, 다산면장 등을 거쳐 33년간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2010년 군수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0년 선거 당시 군수 후보로 3명이 출마했지만 여유 있게 당선됐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무투표로 당선된 것이다.
◆대가야의 부활을 통해 강한 고령 만들기
민선 6기에 취임하면서 고령을 동서로 가르는 발전 축을 만들어 강력하고 화려했던 대가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경제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발전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산동권(다산'성산'개진'우곡면) 지역은 신성장 산업을 통한 경제 중심지로, 산서권(고령읍, 운수'덕곡'쌍림면) 지역은 대가야 역사문화 관광 거점 도시로 만들어 군민이 행복하고 잘사는 고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우선 동고령'다산 월성산업단지와 천연가스(LNG)발전소 건립 등을 통해 신성장 산업을 키울 계획이다. 또 대구와 10분 거리에 있는 다산면을 행정복지타운으로 조성해 대도시권 배후 지원도시로 만들 방침이다.
산서권의 핵심은 대가야의 부활이다. 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은 지난해 12월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됐다. 2017년 2월로 예정된 최종 신청이 통과되면 가야문화 최초의 세계유산이 된다.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대가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가야국 역사 루트 재현사업 등을 펼쳐 대가야 역사문화 관광거점 도시로 육성할 방침이다.
가야국 역사 루트 재현사업은 가야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관광 콘텐츠를 개발, 가야문화권을 관광거점으로 구축해 관광자원화하려는 사업이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신경제 발전 축과 대가야 문화융성을 실현시켜 작지만 강한 고령, 특색 있고 경쟁력 있는 부자 도시를 건설하겠다"면서 "군민들과 함께 위대한 대가야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고령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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