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당뇨합병증·간경화 앓는 서진수 씨

"가족 돌보다 쓰러진 후 이젠 의지할 이 없어요"

병실에 누워있는 서진수(가명) 씨는 바짝 말랐다.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아끼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다. 간경화가 심해지면서 조 씨를 돌봐주는 사람은 여동생이다. 여동생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 아픈 아들까지 돌보면서 오빠를 걱정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병실에 누워있는 서진수(가명) 씨는 바짝 말랐다.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아끼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다. 간경화가 심해지면서 조 씨를 돌봐주는 사람은 여동생이다. 여동생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 아픈 아들까지 돌보면서 오빠를 걱정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병실에 누워있는 서진수(가명'49) 씨의 발목은 한 줌도 되지 않을 만큼 바싹 말랐다.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그토록 아끼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다. 간경화가 심해지면서 조 씨를 돌봐주는 사람은 여동생 경미 씨이다. 여동생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 아픈 아들까지 돌보면서 오빠를 걱정하고 있다.

"저도 힘들지만 오빠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데도 돌봐줄 사람도 없어요. 제발 오빠가 건강해져서 다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평생 고생만 해온 사람인데…."

◆어린 시절엔 동생들, 결혼 후엔 가족 돌봐온 서 씨

일찍 부모님을 여읜 서 씨는 4명의 동생을 돌보기 위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글자도 읽지 못하는 서 씨에게 주어지는 일은 많지 않았다. 고물을 모아 팔고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등 불안정한 일로 돈을 벌어 동생들을 키웠다. 경미 씨에게 오빠는 항상 성실한 사람이었다.

"성실한 오빠였지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다 보니 짝을 만나기 쉽지 않았죠. 제가 시집갈 때도 혼자 있는 오빠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서 씨는 20대 후반에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경미 씨도 고생만 하던 오빠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경미 씨의 바람과 달리 결혼 이후에도 서 씨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일용직 외에는 변변한 일자리를 갖지 못해 항상 생활고에 시달렸고, 하나뿐인 아들은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 게다가 건강 하나는 자신했던 서 씨에게 10년 전부터는 당뇨가 생겼고, 당뇨합병증으로 건강이 나빠져 일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원래부터 몸이 약했던 아내도 일을 할 수 없어 가족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소득은 아들 몫으로 나오는 장애연금 20만원이 전부였고, 월세를 내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오빠가 아프기 전에는 어렵지만 그래도 서로 기대가며 잘 살았는데, 건강했던 사람이 일을 못하게 되니 가족들 모두가 힘들어했어요."

◆간경화'패혈증 등으로 쓰러진 가장

월세방에서 쫓겨난 뒤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몸이 약했던 아내는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친정어머니와 지냈고, 서 씨는 공공근로를 하면서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쪽방에서 지냈다.

홀로 지내던 서 씨는 하루하루 말라 갔다. 여동생 경미 씨의 걱정에도 서 씨는 당뇨 때문이라며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서 씨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당뇨합병증과 패혈증, 간경화까지 앓고 있어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맬 정도였지만, 혼자 지내던 서 씨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오빠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경미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서 씨의 아내에게 소식을 알린 뒤 오빠가 지내던 방으로 간 경미 씨는 그곳에서 눈물을 쏟았다. 가정용품이라고는 가스버너 1개와 양은냄비 1개, 주워 신은 신발 한 켤레가 전부였고, 옷도 죄다 주워 입은 것들이었다. 매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는지 집에는 라면 몇 봉지뿐이었고, 그마저도 쥐가 갉아먹어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오빠가 괜찮다고 말하기에 지내는 방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그런 모습일 줄은 몰랐죠. 제가 진작 신경을 써줬어야 하는 건데…."

◆오빠 가족이 건강해지길 바라는 경미 씨

경미 씨는 오빠 가족의 불행에 또 한 번 눈물짓고 있다.

서 씨의 아내는 중환자실에 있는 남편을 돌보다 쓰러졌다. 원래 몸이 약했던 데다 남편과 떨어져 지내며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수혈을 받아야 할 정도로 빈혈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서 씨의 간경화 상태도 점점 심해지면서 헛소리를 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간성혼수 증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살이 됐지만 5살 정도의 행동을 보이는 서 씨의 아들은 특수학교 기숙사에 생활하고 있지만 주말이나 방학에는 누군가 돌봐야 한다.

서 씨의 아내가 쓰러진 후 경미 씨는 서 씨 가족 모두를 돌보고 있다. 경미 씨에게도 수두증과 신경섬유종, 안구돌출증 등 각종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이 있지만, 지금은 오빠 가족이 우선이다.

"우리 집도 형편이 좋지 않아서 주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오빠 가족 주변엔 저뿐이라 제가 도와야죠."

서 씨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간 이식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하지만 서 씨 가족은 물론 동생 경미 씨에게도 2천만원가량이 드는 간 이식 비용은 엄두도 낼 수 없다. 빈혈로 쓰러진 서 씨 아내의 병원비마저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경미 씨가 만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막막한 상황이다.

"오빠도 언니도 조카도 다들 불쌍해서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예요. 빨리 건강해져서 세 식구가 함께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언제쯤 그렇게 될지…."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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