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3주년을 맞은 한국조폐공사 김화동 사장은 "아무리 뛰어난 위변조 기술도 귀신같이 잡아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조폐 사업에 위변조 제품이 나올 경우 공사 사업 운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남은 임기 동안 가짜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김 사장의 각오를 들었다.
-위'변조 방지 기술설명회를 개최한 의도는?
▶조폐공사는 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국민이 신뢰하는 공기업으로서 요즘 만연하고 있는 짝퉁제품으로 인한 피해도 줄이고, 각종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이번에 소개한 위변조 방지기술은 우리 공사가 지폐 주화 주민등록증 전자여권 우표, 수표 등 각종 보안제품을 제조해 오면서 지난 63년간 고민하고 연구해 온 산물로 보면 된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들을 우리 조폐공사만 활용하는 것은 국가적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생각에 앞으로 민간에도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자본과 노력을 들인 기술을 무상으로 민간에 개방하면 손해 아닌가.
▶공사와 민간기업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이번 기술발표회의 목적 중 하나이다. 요 며칠 새 기술연구원 담당자들에게 기술제휴에 대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유사 상품, 카피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들이다. 피해 기업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 경우 제품 매출액을 짝퉁제품 제조 기업들과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금전 피해가 크기도 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고유 제품에 대한 평판 저하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고 한다. 특히 해외 수출제품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데 현지 국가들의 법령 미비 등으로 인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앞으로 이런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 서로 이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 우리 공사와 민간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서로 윈-윈-윈하는 것, 이런 것이 바로 창조경제가 아닌가 한다.
-이번에 발표된 보안 신기술 중에서 특이할 만한 것이 있다면.
▶스마트폰 히든(Hidden)QR의 경우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기술이다. 이것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QR코드를 지폐나 상품 포장지 등에 인쇄, 스마트폰 앱(APP)을 통해 QR코드를 확인하고 해당 사이트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띠고 있다. 복사나 기타의 방법으로 복제되지 않고 추가 설비 없이 저비용으로 지폐-유가증권-상품 포장지 등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짝퉁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유용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류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도 공개했다고 들었다.
▶서류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기술들이 있다. Smartsee(스마트기기 인식용 보안패턴) 같은 기술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게 인쇄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숨은 그림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복제가 되지 않고 추가 설비가 필요 없어 저비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Ghostsee(복사 방해 패턴)는 복사기를 통해 위조를 할 경우 숨겨진 문양이나 문자가 나타나 원본이 아닌 복사본임이 표시되는 기술이다. 이것은 이미 인감증명서 용지에 도입돼 있다.
최근 원전비리에서 주목받게 된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들의 경우 보안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일반용지로 발급되다 보니 쉽사리 위변조되고 결국 비리의 시발점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복사방해용지 도입은 이런 시험성적서 등의 위변조가 만연된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검토되어야 할 시급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국가계약법이나 관련 시행령 등으로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본다. 정부-지자체에서 발행하는 각종 증명서에는 이미 많은 부분 도입돼 있지만 앞으로 의약처방전이라든지 각종 자격증, 국책 연구소 증빙용 시험서류용지 등에 사용이 의무화된다면 각종 범죄-비리예방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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