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반 읽어주는 남자] 더 클래식-메모리 & 어 스텝

유년기는 예술에서 '순수'를 표현하는 좋은 소재다. '동심'은 예술을 대하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거나 애잔하게 만들고, 그 자체로 눈길을 모은다. 또 '추억'으로 다가가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작은 역사 기록의 역할도 한다. 유년기는 예술 활동의 좋은 동력이다.

대중가요계에도 그런 뮤지션이 있다. 김광진과 박용준의 듀오 '더 클래식'이다. 사실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유년기의 흔적들로 채운 모자이크다.

우선 올해 컴백작이자 미니앨범 '메모리 & 어 스텝'(사진)부터 살펴보자. 첫사랑을 다룬 타이틀곡 '우리에겐'보다 더 귀를 끄는 곡이 있으니, 바로 '종이피아노'다. 노랫말은 이렇다. '골목길 돌아 높은 담 피아노 소리 따라/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어 오던 작은 소년/ 살며시 눈을 감으면 꿈을 꾼단 말야 무지개 빛 서툰 멜로디/ 갖고 싶던 것 보고 싶은 사람들 가득 담긴 종이피아노.' 상투적으로 해석해보면, 형편이 어려워 부모님께서 사주지 못한 피아노 대신, 소년은 종이에 피아노를 그려 멜로디를 쳤다. 형편이 어려워서나 어떤 다른 제약들 때문에, 유년기의 우리는 종이피아노처럼 서글프고, 서럽고, 서툰 감정을 담은 무언가를 서랍 한쪽에 넣었다 꺼냈다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더 클래식의 3집 해피아워(1997) 수록곡 '해피아워'(부제: 꺼벙이의 일기)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유년기를 추억하는 곡이다. 노랫말 첫 부분은 이렇다. '나 어느새 어른이 되었지/ 내 마음대로 된 건 아니야/ 요즘 왠지 우울해/ 아쉬웠던 그 시간들 되돌리고 싶어.' 마치 영화 '빅'(1988)에서 하룻밤 사이 마법처럼 어른이 됐지만 현실에 찌들어 살던 조쉬(톰 행크스)가 다시 개구쟁이 꼬마로 돌아가길 바라는 대사 같다. 이후의 노랫말은 '어울리던 두 녀석 삼총사라 맹세하고 몰려다녔었지' '여드름이 솟아나던 그때엔 농구공 하나면 하루가 갔어' '자율학습 끝나고 괜히 슬쩍 지나치던 여학교 정문 앞' 등 유년기를 조곤조곤 스케치한다.

2집 여우야(1995)는 학원'과외'숙제에 지친 요즘 어린이들이 열렬히 지지할 만한 곡을 수록하고 있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노는 게 남는 거야' 이 곡은 좀 더 커서 취업에 끙끙 앓는 젊은이들도 대변한다. 이 노랫말이다. '어려서는 뛰어놀아라 튼튼해지도록/ 젊었을 땐 나가 놀아라 신나게' 놀아야 하는 나름 설득적인 이유도 제시한다. '실력 발휘하려면 긴장해서는 되는 일이 없어' '중요한 그날이 올 걸 기다리며 마음을 편하게 가져'라고. 백번 옳으신 말씀! 학부모님들, 듣고 계십니까?

그리고 1집 마법의 성(1994)의 타이틀곡 '마법의 성'은 당시 14세로 유년기였던 백동우 군이 부른 버전이 큰 인기를 얻었고, 순백의 순수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입증한 희대의 명곡이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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