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실 줄이고 상가 임대·컨벤션 사업…'살아남기 안간힘'

대구 호텔업계 지각 변동

최근 지역의 한 호텔에서 열린 A회사 주최 사업설명회.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이주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여기가 호텔이 맞느냐"고 물었다. 호텔 로비엔 이날 행사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방문객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대로 내놓은 호텔 4층까지는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설명회를 주최한 관계자는 "새로 지은 호텔이어서 인테리어는 좋았지만 손님이 너무 적은 탓에 서울에서 온 참석자들이 대구를 침체된 도시로 인식할까 봐 걱정됐다"고 했다.

대구지역의 호텔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호텔이 있는가 하면 일부 호텔은 연말까지 계획했던 휴업을 연기해야만 할 형편이다. 일부 호텔은 매각설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계 자본은 호텔을 새로 건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지역 호텔업계가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호텔

대구지역 호텔은 모두 19개다. 이 중 특1급은 인터불고 호텔과 인터불고 엑스코, 그랜드호텔, 노보텔 등 4곳이다. 특2급은 퀸벨호텔, 호텔수성, 성서 세인트웨스튼호텔 등 3곳이다. 나머지는 일반 1~3급. 객실 점유율은 올 8월 현재 57%로 지난해 50.5%, 2012년 55.4%, 2011년 50.6%, 2010년 51.2%다. 객실 점유율만 따져보면 그다지 낮지 않다. 하지만 업계는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가 불어난다고 전했다.

호텔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제주도 등 관광지 호텔과 대구의 호텔은 수익 구조에서 큰 차이가 난다. 관광지의 경우 호텔 수익이 객실 수익과 결혼식 등 연회 수익이 7대 3 구조다. 하지만 대구는 관광지가 아닌 탓에 객실 수익보다 결혼식 등 연회 수익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그랜드호텔 양정윤 총괄지배인은 "대구의 경우 객실 수익과 연회 수익이 3대 7 구조다. 더욱이 연회 수익 중 결혼식 수익이 30~40%를 차지한다"며 "객실 점유율이 높아도 수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더욱이 세월호 이후 각종 행사가 무기한 연기된데다 전문 예식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부부들이 줄어드는 추세다.

문제는 객실 점유율을 높일 방안마련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대구의 경우 국제행사나 대규모 국내행사를 유치하면 객실 점유율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뚝 떨어진다. 관광객 수요가 없고, 교통이 발달돼 머무르는 외지인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면 연회 행사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인터불고 호텔 관계자는 "객실 점유율은 대구에서 큰 행사가 열리면 다소 오르지만 행사가 없으면 40% 미만"이라며 "경북도가 주최하는 행사가 대구시내 호텔에서 많이 치러졌지만 도청이 이전하면 경북도 행사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수익이 떨어지면서 애초 올 연말까지 휴업이 계획됐던 호텔에어포트, 힐사이드호텔, 약산온천호텔 등은 휴업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뉴영남호텔과 아미고호텔이 폐업했던 2012년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살아남기 자구책

호텔들이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저하되면서 자구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광객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이익을 내기 위해 특성화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구 동구 방촌동의 퀸벨호텔은 객실을 최소화하고 연회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 호텔의 객실은 총 51개에 불과하다. 대신 결혼식 유치를 통해 수익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수성구 두산동의 아리아나 호텔은 객실과 연회실을 최소화했다. 대신 주변이 유흥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호텔 상가를 술집, 식당으로 임대해 손님을 끌고 있다. 중구 동산동의 엘디스 호텔은 대구 메디센터를 표방하고 있다. 의료관광을 위해 대구를 찾는 내외국인들이 머물면서 의료관광을 즐기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호텔 내에 의료기관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세인트웨스튼 호텔은 지상 14층 중 4개 층을 상가로 임대하기로 했다. 수성구가 상권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상가 임대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성관광호텔은 컨벤션센터를 지어 컨벤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세인트웨스튼 호텔 관계자는 "이익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특성화된 호텔로 나갈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객실을 줄이고 그 공간을 다른 수익 사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했다.

◆불편한 속내

대구 호텔업계가 전반적인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계 자본이 최근 대구파이낸셜센터(구 대동은행)를 인수해 리모델링한 뒤 2016년 호텔로 문을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구의 관광사업과 호텔사업에 큰 관심이 없는 외국계 자본이 대구파이낸셜센터를 호텔로 개조해 건물 가치를 높인 뒤 4, 5년 뒤에 되팔고 빠지는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노보텔도 외국계 자본이었지만 별로 힘을 쓰지 못한 채 또 다른 외국계 자본에 되팔았다"며 "이런 행태가 되풀이되면 지역 호텔업계에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자산에 거품만 끼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지역 호텔의 객실이 1천900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제행사를 치르기 어렵다"며 "대구파이낸셜센터를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것은 지역 호텔업계에도 나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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