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괴로운 걱정거리, 실제 닥친 건 그 중 얼마?

9할/ 마스노 순묘 지음/ 김정환 옮김/ 담앤북스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한다고 걱정할 일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다. 그러니 '걱정하는 마음'을 바로잡는 길만이 나를 힘든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이다. 이 책 '9할'은 걱정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걱정거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걱정하는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주 옛날, 많은 사람이 존경하는 고승이 있었다. 오랜 수행을 통해 훌륭한 인격을 갖춘 스님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 고승 아래 제자들이 구름처럼 모여 공부했다. 제자들 눈에 고승은 세상의 번뇌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세월이 흘러 고승이 세상을 떠날 날이 왔다. 세상을 떠나려는 고승의 머리맡으로 제자들이 모였다.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을 얻어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스승의 마지막 말씀을 통해 세상의 번뇌로부터 자신들도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고승은 눈을 감는 순간 이렇게 말했다.

"죽고 싶지 않구나."

이 일화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다. 어떤 계기로 번뇌를 조금 해소한 것처럼 보여도 이내 새로운 번뇌가 생겨난다. 눈앞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다시는 궁지에 몰리지 않을 것 같지만 새로운 곤란이 닥친다. 이 말을 곱씹으면, '현재의 곤란은 사람살이에 끼어들기 마련인 어려움이며, 인생살이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왔다가 사라지고, 또 다가오고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번뇌가 있다고 온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괴로워하기보다는 사람살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7가지 번뇌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안해하는 습관, 걱정하는 습관, 욕심내는 습관, 질투하는 습관, 짜증 내는 습관, 허세를 부리는 습관, 인정받고 싶어하는 습관 등이 그것이다.

불안에는 실체가 있는 불안과 실체가 없는 불안이 있다. 더 무서운 쪽은 실체가 없는 불안이다. 실체 있는 불안은 잡아서 묶어버릴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허깨비 불안은 밧줄로 묶을 수도 없고, 칼로 벨 수도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두렵다. 수많은 사람이 바로 이 실체 없는 허깨비 불안에 싸여 두려워한다.

유명한 고승 달마대사의 제자 혜가는 불안하고 불안해서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루는 스승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알겠다. 내가 너의 불안을 모두 없애주겠다."

스승의 말에 혜가는 기뻐하며, 어떻게 불안을 없애 줄 것인지 물었다.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자, 너의 불안을 여기에 전부 꺼내 늘어놓아 보아라. 그러면 내가 하나하나 없애 주겠다."

순간 혜가는 끄집어낼 불안이 없음을 알았다. 실체 없는, 자신의 마음이 멋대로 만든 불안이기 때문이었다.

많은 경우, 불안의 실체는 돌멩이처럼 작고 사소하다. 가령 회사에서 정리해고당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자살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그 생각이 돌멩이처럼 구르고 또 굴러 바위처럼 커지게 되면 위험해진다. 정리해고됐다. 1년, 2년 뒤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아이들은 어떻게 먹이고 입히지, 직업이 없으니 아내도 나를 버리겠지, 친구들도 떠나고, 친척들은 등을 돌리겠지. 아무도 나를 만나주지도 않겠지. 결국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엄마 아빠 없는 우리 아이들은 가출 소년이 되어 범죄자가 되거나 길거리의 거지가 되고 말겠지.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정리해고라는 단순한 사실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여 스스로 엉망을 만들고, 급기야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책은 걱정이란 '준비부족'의 다른 말이라고 말한다. 머릿속으로 이 걱정 저 걱정 하지 말고, 걱정거리를 우선순위대로 하나씩 공책에 적고,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걱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 욕심이 생길 때는 그 욕심 나는 물건 혹은 사람을 며칠 동안이라도 옆으로 밀쳐두라고 조언한다. 열흘만 지나도 대부분의 욕심은 사라진다.

질투는 다른 사람과 비교에서 발생한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일에 가치를 두면 질투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조언한다. 짜증, 허세, 인정받고 싶어하는 습관 등도 애초에 태도를 잘못 취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은이 마스노 순묘는 일본 조동종의 총본산인 소지지(總持寺)에서 수행했으며 현재 일본 겐코지(建功寺)의 주지다. 다마 미술대학 환경디자인과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특별교수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 '화내지 않는 43가지 습관' '스님의 청소법' '삶의 품격을 높이는 1일 몸가짐' 등이 있다.

206쪽, 1만3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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