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가 공지영이 왜관수도원 찾은 이유는?

13년 만에 '수도원 기행 2' 펴내

칠곡군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매일신문 DB
칠곡군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매일신문 DB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소설가 공지영이 수도원 기행 시리즈 속편을 펴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분도출판사)이다. 1편(2001)을 펴낸 지 13년 만이다.

1편을 쓸 때 저자는 한 달간 유럽의 여러 수도원을 다녔다. 지친 영혼에 휴식을 주고 싶다며 떠난 여정에서 자신과 인간, 신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번에 펴내는 2편은 그 연장선에 있다. 저자는 2년여 동안 유럽과 미국, 한국의 11곳 수도원을 다녔다. 저자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아픔을 통찰하는 능력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하느님 체험과 종교적 성찰을 선명하게, 절절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풀어낸다.

또 1편에서는 자신을 위로하려 여정에 나섰다면, 2편에서는 모두를 위로하며 여정을 마친다. 저자는 최근 가진 책 출간과 관련해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있는 거 같아서 나같이 힘든 사람도 잘 살고 있다고 위로해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책의 집필 계기가 된 곳이 바로 칠곡군 왜관읍에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다. 저자는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2013)를 쓰기 위해 2011년 왜관수도원을 찾았다. 그 사연은 이랬다.

1951년 한국전쟁 흥남철수작전 때 피란민 1만4천 명을 구조한 배가 있었다. 메러디스 빅토리 호다. 이 배의 선장 레너드 라루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고통 받는 한국인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마리너스'라는 이름의 성 베네딕도회 수사가 되는데, 그가 온 곳이 바로 왜관수도원이다.

저자는 마리너스 수사의 삶을 좇기 위해 왜관수도원을 가장 먼저 찾았다. 이후 소설을 쓰면서, 왜관수도원을 베이스캠프 삼아 수도원 기행 두 번째 편도 함께 진행했다. 마리너스 수사의 흔적이 있는 미국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 저자가 특별히 존경하는 안젤름 그륀 신부(독일 뮌스터슈바르차흐 수도원)와의 인터뷰, 수사들이 독방이 아닌 독채에서 고독과 침묵의 삶을 사는 이탈리아 카말돌리 수도원, 베네딕도회의 첫 수도원이자 베네딕도 성인의 자취가 있는 이탈리아 몬테카시노 수도원, 그리고 저자가 고통과 환희의 신앙 체험을 겪은 독일 쾰른 카르디날 슐테 하우스 등 저자가 체험한 공간, 인물, 사건의 기록들은 묘한 울림을 자아낸다. 여정의 겹과 폭이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나의 영적 성장 일기이자 신앙 고백록이며 하느님과의 은밀한 대화"라고 소개한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박현동 아빠스는 책 추천사에서 "공지영 소설가는 특히 왜관수도원을 꾸준히 찾았다"며 "현실의 어려움과 신앙의 막막함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새로운 희망의 끈을, 더 높은 곳으로 연결된 의미의 사다리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312쪽, 1만6천800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