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콩, 고향 느낌…DGB갤러리 박종경 개인전

참새처럼 날아가고픈 곳 풍성한 어머니 채반 재현

▲박종경 작
▲박종경 작 'Dream-Richness'

현대인의 마음 한구석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 고향의 정서를 담백하게 담아내는 작가 박종경 개인전이 1일(월)부터 12일(금)까지 DGB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콩이 등장한다. 콩은 때묻지 않은 고향의 모습을 상기시키는 매개물이다. 작가는 메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노란 콩을 주요한 소재로 활용해 고향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여기에 작가는 사실적 묘사와 함께 한국적 이미지를 환기시켜 주는 여러가지 소재를 덧붙여 고향에 대한 다양한 감성을 완성시킨다.

붉은 태양초, 새끼로 짠 멍석, 대나무로 짠 소쿠리와 채반, 맷돌과 됫박, 나무통과 바가지, 참새와 기와 등 작가가 활용하는 전통 소재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작가는 수확한 콩을 멍석이나 자리 위에 펴 말리는 정경에 다양한 소재를 버무려 고향이 가진 풍부한 정서를 시적으로 담아낸다. 콩이 고향을 상기시키는 메타포의 주연이라면 다른 소재들은 조연에 해당되는 셈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은 주연과 조연의 조화다. 주연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연이 받쳐주지 못하면 작품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이런 우려는 찾을 수 없다. 콩더미 사이사이로 보이는 소재들이 하나같이 고향의 정서를 가득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콩 더미에 한가롭게 내려 앉은 참새를 보고 있으면 고향을 소재로 한 다큐멘러리의 한 장면 또는 스냅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한적한 시골 정경이 가진 마력을 그대로 화폭에 옮겨 놓은 까닭에 작품 속 시간은 마냥 느리게 간다. 정겹고 따뜻한 그리움이 생체 시계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그림은 현대인들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낸다. 고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꿈꾸기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상실된 고향은 꿈꾸기를 통해 되찾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고향을 주제로 한 작가의 그림은 꿈을 더 잘 꾸라는 제안처럼 다가온다"고 말했다.

작가는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 한전아트센터갤러리, 갤러리미카, EBS교육방송갤러리, 갤러리사비나, 대구 동원화랑, 대백프라자갤러리,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053)740-2893.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