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 예산 확보 못한 대구시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 공사비 48억 원을 내년도 예산에서 전액 삭감했다. 문화복지위원들은 대구시가 미술관 건립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건립비를 반영할 수 없다며 반대했고, 이재화 문화복지위원장은 "공사비 전액 삭감 방침을 밝혔지만, 대구시가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대구시가 미술관 건립을 계속 추진한다면 추경에서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지만, "이번 삭감은 미술관 건립 포기라는 시의회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미술관 건립이 무산됐음을 밝혔다.

이 미술관은 건립비만도 300억 원이 들어가 설립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지만, 대구시가 강행한 것이다. 이어 권영진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원점 재검토'를 언급해 다시 논란이 됐다가 권 시장이 직접 이우환 화백을 만나고, 이 화백이 대구에서 설명회를 하기로 하면서 건립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이 화백의 설명회는 부실했고, 오히려 대구시가 예상한 100억 원의 작품구입비가 모자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당시 이 화백은 그동안 작품비가 많이 올라 이번 미술관에 전시할 작가 가운데는 한 작품만도 구입비가 50억 원이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는 "이 화백에게 작품 구입비 규모에 대해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만남 미술관' 건립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2009년 8월로 민간투자방식의 대구시립미술관 공사가 한창일 때다. 600억 원이 넘는 건립비가 모자라 20년 동안 매년 수십억 원을 민간사업자에게 갚아야 하는 대구시가 왜 시립미술관 개관도 전에 특정 화가와 관련한 미술관을 깜깜이 방식으로 짓겠다고 나섰는지 알 수 없다.

대구시는 투명성이 생명인 공공미술관을 걸립하면서 한 번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 화백에게 끌려가면서 수모를 당하고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이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논란은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대구시는 왜 이런 행정 미숙이 발생했는지 밝히고 그동안 수십억 원의 혈세 낭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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