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이 매번 '사회적 관점'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도 단순히 '소외'가 만연해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모르고 있던, 그래서 매번 충격을 받던 '나 자신' 때문이었다. (중략) 많은 지식을 접하면서 내가 몰랐던 것, 안다고 생각했으나 실상 알지 못했던 것, 그리고 모른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들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김진혁의 '감성 지식의 탄생' 중에서)
길을 걷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삶의 길은 더욱 쉽지가 않았습니다. 벽이 가로막기도 했고, 고개가 높기도 했고, 강이 넓기도 했고, 진흙으로 진창이 된 길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걷는 길만이 아니라 걸어야 할 길을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고민으로 그친 적이 많았고, 길은 자욱한 안개로 가로막혀 버린 적도 많았습니다. 누군가가 나타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를 인도해 주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있어 고민을 소멸시켜 주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말하고 나니까 갑자기 우리가 내비게이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편리합니다. 조건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하면 가장 유용한 길을 찾아 안내합니다. 혹시 길이 어긋나면 재탐색하여 알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에 같은 목적지를 찾아가려면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내비게이션만을 지켜보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칩니다. 삶의 길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오히려 그렇게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함께 손잡고 걸어갈 '곁'이 없다는 점입니다.
내비게이션은 길을 알려줍니다. 대부분 가장 유용한 길을 선택하기 때문에 결국은 많은 이들이 오히려 같은 길을 걸어갑니다. 많은 이들이 같은 길을 걸어간다고 그들이 '곁'은 아닙니다. 오히려 경쟁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함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로부터도 소외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불행한 일이지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버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조금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천천히 돌아가면 평소에 바쁘다는 이유로 놓쳐버렸던 많은 풍경들이 나타납니다. 힘들 때 앉아 쉴 수도 있습니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도 있고, 힘들어하는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곁'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걸으면 유리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준 길을 따라 목적지를 향해 걸어갈 테니, 가장 경쟁이 심한 길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버릴 때 나만 걸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따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목적지는 내가 스스로 선택한 곳이기에 더욱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 의미 있는 내비게이션은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길을 찾아가는 과정과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그대로 걸어갔다면 김진혁도 '지식채널'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세계를 생산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식채널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누군가가 지식채널의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방법을 택한다면 그 길은 이미 무의미한 길입니다. 우리가 지식채널의 길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바로 김진혁만의 기법이 아니라 감성적인 메시지를 통하여 소외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한 김진혁의 마음 그 자체를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도 그렇습니다. 지식의 습득과 전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건 내비게이션일 따름입니다. 조금 돌아가야 합니다. 오히려 거기에 진정한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이 있습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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