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 오징어 '싹쓸이 조업' 어획량 10년새 80% 급감

강풍경보에 울릉 앞바다 中어선 120여척 대피

중국 어선이 울릉도 앞바다를 점령했다. 중국 어선 탓에 어획량이 급감하고 해양시설물 파손 등의 피해가 매년 되풀이되면서 동해안 어민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해 중부 먼바다에 강풍경보가 내려진 1일 오후 울릉도 사동 앞바다 주변으로 중국 어선 120여 척이 집단 피항했다. 이처럼 많은 중국 어선이 한꺼번에 울릉도 연안에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어선은 전날 밤 동해 북한수역에서 조업하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기상이 갑자기 나빠지자 이곳으로 급히 대피한 것이다.

중국 어선의 동해 북한수역 진출은 2004년 맺어진 북'중 간 공동어로협약에 따른 것이다. 동해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중국 어선은 2004년 140척, 2010년 642척, 2011년 1천299척, 2013년 1천326척 등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여름철 동해 북방해역에 대규모 선단을 이뤄 진출한 뒤 남하하는 오징어떼를 따라 내려오며 조업하고 있다.

이와 비례해 우리 어민의 어획량은 급감하고 있다. 울릉수협에 따르면 2002년 8천731t이던 오징어 어획량이 2010년 2천897t으로 급격히 떨어진 이후 2011년 3천585t, 지난해 1천813t으로 곤두박질쳤다.

중국 어선이 북방해역에서 쌍끌이 저인망 등을 이용해 불법 조업을 일삼은 탓이다. 이들 어선의 그물망은 모기장처럼 촘촘해 치어까지 낚게 된다. 반면 우리 어선은 낚시로 잡는다.

집어등의 밝기도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용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온 바다의 오징어를 싹 몰아서 한꺼번에 싹쓸이하는 셈이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어선이 기상 악화를 피해 울릉도 연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해양시설물 피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 어선이 울릉도 연안에 집단 피항한 뒤 기상청의 해저지진계 고장, 해양심층수 취수관 유실 등 중국 어선으로 인한 피해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보다 못한 동해안 지역 18개 수협은 지난해 12월 우리 해역으로 피항하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단속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했다. 정부도 지난 6월 열린 한'중 어업문제 협력회의에서 중국 정부에 자국 어선에 대한 계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한 어민은 "매년 중국 어선에 오징어를 빼앗기다 보니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책 없는 정부의 모습이 답답하다"고 했다.

울릉수협 한정욱 과장은 "중국 어선으로 인한 피해는 울릉도뿐 아니라 동해안 전체의 문제"라며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하루빨리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울릉 김도훈 기자 ho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