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1조원이 넘는 거액을 본국으로 송금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감독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SC은행이 1조1천620억원의 배당금을 영국 본사에 송금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계획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내년 주주총회(3월)까지 1조1천620억원을 본사에 송금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접근할지 등의 계획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SC은행장이 매달 금융 당국 수장과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접촉하도록 계획을 짜놓았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실제로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이 문건의 계획대로 박근혜 대통령 및 경제수석 등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을 만났다.
SC은행은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3천10억원을 본사로 송금했다. 하지만 올해는 경영실적이 부진하다. 3분기까지 114억원의 적자를 봤다. SC은행의 본사배당 시도에 대해 여론이 들끓는 이유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시중은행이 거액을 배당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SC은행은 "문건의 내용은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했던 것인데 마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비춰져 난감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SC금융지주는 영국 본사에 대한 배당금을 1조원 이상 수준에서 1천500억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의 경영상황에 맞는 배당이 이뤄지는지 예의주시하겠다"며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배당이 이뤄질 경우 추가 검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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