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CEO 스코어'가 공개한 '2011~2013년 국내 500대 기업 근속연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00대 기업 중 350개 사의 직원 평균 근무기간은 10.32년이다. 그 중 30대 그룹 계열사 169개 사는 평균 9.7년, 나머지 181개 사는 평균 10.9년으로 나타나 재벌기업 직원의 근속연수가 1.2년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 세계 최대 취업 정보 사이트 '글라스도어'(glass door)에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가 올라왔다. "사생활이라곤 없다" "좀비(zombie: 주체성을 지니지 못한 채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가 되기 싫으면 절대 가지 마라" "친구에겐 추천하지 않겠다"…. 참고로 글라스도어의 기업 평가는 해당 회사 전'현 직원만 할 수 있어 삼성을 '좀비 양성소'로 평가한 이들은 전부 삼성의 조직 문화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다.
물론 2012년 중소 제조업체 종사자 1인당 평균 연간 급여액은 2천913만원으로 대기업 5천438만원의 53.6%에 불과하고, 중소기업 직원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3~5년 미만 42.8%, 5년 이상 33.2 %, 1~3년 미만 22.4%로 대기업의 평균 근속연수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중소기업의 근속연수가 대기업에 못 미치는 것은 중소기업 근무자들이 대기업 근무자들에 비해 다른 중소기업으로 쉽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창업자 출신 성분을 볼 때 2012년 중소제조업 CEO 출신 성분을 보면 대기업 출신은 12.7%인데 반해 중소기업 출신은 55.8%로 압도적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자신이 일할 직장과 직업은 학교졸업 후 남은 50여 년 이상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만으로 맹목적이다시피 수도권 그리고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대기업이라는 간판이 결혼이나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사회적 소망성은 중소기업 근무자들의 창업성공 사례나 생애임금 등을 고려할 때 허구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연봉 전문 사이트인 오픈샐러리에 따르면, 상장 주요 대기업 87개사의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첫해 연봉이 평균 3천61만원, 그 외에 중견기업(직원 수 300~1천 명)은 2천655만원, 중소기업(직원 수 300명 미만)은 2천463만원으로 점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 지역에도 에스엘㈜, 세원정공, 신영금속, 대구텍, ㈜제이브이엠, KOG, 라온 등과 같이 근무환경이나 임금, 회사 비전 등이 수도권 대기업 못지않은 중견기업이나 강소기업이 많아졌다는 것이 지역경제계의 중론이다. 이들 기업에서는 학벌보다는 능력이 우선시되는데다 빠른 승진, 스톡옵션 혜택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성장을 통하여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현재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거대기업인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는 물론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한글과 컴퓨터 등이 모두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노동의 종말'이 현실로 닥쳐오는 고령화 사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며 일 자체에 대한 몰입에서 오는 행복감은 자기 충족적이어서 세상의 인정과 돈의 보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래도 연봉과 복리후생은 높을지라도 들어가기는 어렵고 나오기가 쉬운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짧게는 반년, 길게는 2~3년씩 취업준비를 하면서까지 과연 대기업, 수도권 기업만 계속해서 외칠 것인가? 더구나 평균 근속연수가 10여 년에 불과해 나온 후 다른 기업으로 옮기거나 창업하기도 어려운 대기업에 취업하여 남은 40~50년을 어떻게 살려고 하는가?
요즈음 미생(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는 않음)이 대세이다. 어차피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미생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에서 높은 업무강도에 지쳐 조직의 부속품같이 살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몰입을 통하여 행복은 물론 자기 일의 주인이 됨과 동시에 직장동료끼리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면서 완벽한 상태인 완생을 추구할 수 있는 지역 중소기업에서 두드림(do dream)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재훈/경북테크노파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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