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능 개편, 적정 난이도 유지 방안 마련이 답이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60여만 명의 수험생이 오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수험표를 거머쥔 수험생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역대 최고 물수능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는 과목이 속출했다. 수학B 만점자 비율은 4.3%였고 영어 만점자 비율도 3.4%에 달했다. 경제와 사회문화도 만점자 비율이 1등급 구분 비율(4%)을 훨씬 웃돌았다. 1994년 수능시험이 도입된 후 이처럼 만점자 비율이 치솟은 유례가 없다.

수능이 변별력을 잃는 것은 부정적이다. 중'고교 시절, 갈고닦은 실력을 가리는 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가 된다. 수능이 변별력이 없으면 결과를 받아들일 수험생은 적어지고 입시는 혼란스럽다. 시험을 잘 치렀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조차 비슷한 점수대의 수험생과 극심한 눈치작전의 현장으로 내몰린다. 실력이 아닌 운으로 돌린 수험생들은 아예 재수, 반수의 길을 걷게 된다.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쉬운 수능이 결국 사교육은 잡지 못하고 수험생의 불만만 키운 꼴이다.

교육부는 내년 3월까지 수능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개편작업에 나선 교육부가 새겨야 할 것이 있다. 수능은 그래도 대학입시 사정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유일한 잣대라는 점이다.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 면접으로 뽑는 입시는 학교마다, 지역마다 달라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입시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치 자신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양 바꾸곤 했지만 늘 새로운 혼란만 불러왔을 뿐이다. 대통령의 영어 사교육비 경감 주문이 이번 물수능 논란과 연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수능은 분명히 사상 최악이었다. 이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에다 출제 오류까지 겹쳐 발생한 것이다. 20년 이상 지속해온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학생들이 재학시절 기울인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근거는 현재로선 수능 외에 없다. 정부는 해마다 다르고 과목마다 다른 난이도를 어떻게 적정선에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그 결과를 수긍할 수 있다면 문제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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