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인 2009년 한국 땅을 밟은 김모(23) 씨. 경남 밀양에 먼저 정착한 김 씨의 어머니가 아들을 한국에 데려왔다.
목숨을 걸고 온 남한에서 김 씨는 잘 살아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다짐은 잠시뿐, 한국 생활 적응과 교우 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그는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를 그만뒀다.
김 씨의 나쁜 손버릇이 생긴 것은 그때부터였다. 정부가 탈북자에게 쥐여준 정착금을 브로커에게 주느라 다 써버려 김 씨는 막노동을 하며 입에 풀칠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배운 기술도 지식도 없었던 김 씨. 그가 배고픔을 잊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일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었다. 자퇴를 한 뒤 그는 남의 집 담벼락을 넘고, 문이 열린 승용차 안에 있던 물건을 닥치는 대로 훔쳤다. 그러다 경찰에 붙잡힌 김 씨는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통영구치소에서 복역했다.
출소 뒤 그는 밀양에 사는 어머니를 찾아가려고 했지만 차마 어머니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던 것.
경찰 관계자는 "'낯선 땅에서 내 한 몸 가누기도 힘든데, 너는 나쁜 짓만 골라 하니 너무 힘들다. 이제 남남처럼 살자'고 말한 어머니의 말 때문에 김 씨가 어머니를 찾아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갈 곳이 없던 김 씨는 무작정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구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그의 손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매일 PC방에서 밤을 새우며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돈을 벌 생각은 않고 또 남의 물건에 손대기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진 자동차가 보이면 무조건 차 문을 당겼고 잠겨 있지 않은 차에서 시계, 현금 등을 훔쳤다.
이런 식으로 8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32차례에 걸쳐 모두 2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김 씨는 결국 3일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대구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목숨을 걸고 밟은 한국 땅에서 꿈을 잃고 범죄의 쳇바퀴를 돌게 된 게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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