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용경기대회 최고상 "40년 가위손 인생 보람"

김태근 씨 대구시장배 대상 수상

"40년 이발사 인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이용경기대회에서 처음으로 최고상인 대상까지 받았거든요."

대구 달서구 진천동 청구아파트 앞 청구이용소. 쓱싹~쓱싹~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 이발사와 분홍색 가운을 걸친 여자 면도사가 분주한 손놀림을 하고 있다. 커트 머리를 깎는 80대 손님은 이발사의 경쾌한 가위 소리에 간간이 미소를 지었고, 그 옆에서 면도를 받고 있는 70대 손님은 날카로운 면도날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시원한지 몸을 움찔했다. 수분 만에 이발과 면도를 마친 손님들은 "시원하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이곳 이발사와 면도사는 김태근(63)'최계현(61) 씨 부부다. 김 씨 부부는 진천동에서 40년째 이용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 씨 부부는 오전 7시에 나와 오후 8시까지 매일 가위손 부부로 살고 있다. 손님들 사이에서도 정말 머리 잘 깎는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다. 김 씨는 이발사 인생에 올해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최근 열린 제23회 대구시장배 이용기능경기대회에서 선수 120여 명과 겨뤄 최고상인 대상을 거머쥐었다. 김 씨는 전통 스포츠형과 커트 드라이 부문에 출전해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심사위원들도 한결같이 머리 스타일에 맞게 가지런한 가위질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김 씨는 제21회 대구시장배에서도 금상을 받은 바 있다.

"가위질은 그냥 되는 게 아닙니다. 오랫동안 숙련된 기술 속에서 예쁜 머리가 탄생하는 거죠. 손님 얼굴형을 딱 보면 곧바로 머리를 어떻게 깎아야 할지 판단이 서야 하거든요."

그는 이용기능대회를 위해 한 달 넘게 연습했다. 손님이 없거나 일을 마친 후 밤늦게까지 이용소에서 마네킹을 마련해 머리를 깎고 드라이를 반복했다. 또 달서구 이용기술위원들의 기술적 지도도 받았다. 그의 이용소 한쪽에는 대상 수상 트로피와 상장이 자랑스럽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그의 이발사 인생은 어릴 적부터 시작됐다. 의성군 금성면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이발사의 길을 걸었다.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이발사가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이발을 배운 지 5년 만에 이용사 면허를 취득했고, 1983년 진천동에서 첫 이용소 문을 열었다. 그는 이발을 잘해 공군 부대 장교이발소에서 복무했다.

"이발 재능을 소외이웃과 나누는 일도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복지시설에 오래 봉사하다 보니 '단골' 어르신들이 생겼지요."

한국이용사협회 달서구지회 '나눔손봉사단' 총무인 그는 매달 회원 15명과 함께 지역 요양시설 3곳에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한 번 나가면 150명 이상 머리를 깎는다. 고정된 요양시설에서 오래 봉사하다 보니 자신을 찾는 어르신이 많다. 이 밖에도 그는 유니세프를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 위해 1년 넘게 매달 일정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청구이용소는 청결'실비요금'친절 평가에서 2011년 달서구 베스트 우수업소에 지정됐고, 작년 말에는 철저한 위생관리로 최우수 등급인 '녹색 위생관리등급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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