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능시험 성적이 수험생들에게 통지되면서 정시모집 때 상위권 점수대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서 최상위권과 상위권 수험생의 간극이 좁아져 이 점수대에 속한 대학, 학과의 합격선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부른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영어와 수학 B형. 영어 만점자 비율은 3.37%로 수능시험 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역대 가장 쉬웠다는 2012학년도(2.67%)보다도 0.7%포인트 높다. 4.3%라는 수학 B형의 만점자 비율도 역대 최고다. 특히 수학 B형은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대건고 자연계열 B군은 수학 B형 때문에 마음을 졸였다. 수학 B에서 한 문제를 틀려 2등급을 받았는데 자칫 하나 더 틀렸다면 3등급으로 전락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뻔했다. 그는 성적표를 받아들고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B군은 "수능시험이 너무 쉽게 나와 등급 컷이 올라가면서 실수 한 번으로 등급이 떨어졌다는 친구가 많다"며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은 역시 믿을 만한 기관이 못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수험생을 뒷바라지한 학부모들도 불만을 토해내긴 마찬가지다. 혜화여고 자연계열 수험생의 어머니 C씨는 "다른 영역도 아닌 자연계열 변별력의 핵심인 수학 B에서 하나만 틀려도 2등급으로 전락하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이들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시험인데 복수 정답 논란에다 난이도 조절마저 실패한 교육 당국이 한심할 뿐"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시모집 때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 극심한 눈치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김기영 연구실장은 "대학입시가 사회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관문으로 인식되는 우리나라에서 실력이 아니라 실수로 대학 합격 여부가 좌우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입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재수를 선택하는 수험생도 적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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