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능시험이 대체로 쉬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상위권 수험생을 중심으로 정시모집 지원 전략을 짜는 데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연계열 변별력의 열쇠인 수학 B형이 하나만 틀려도 2등급이 될 정도로 쉽게 출제돼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2일 2015학년도 수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3일 수능시험이 치러진 직후 각 입시업체가 쏟아낸 가채점 결과 분석대로 영어와 수학이 전년도보다 쉬워 만점자가 양산됐다.
◆수능 사상 가장 쉬운 영어'수학
평가원에 따르면 영어 영역 만점자 비율은 3.37%(1만9천564명)로 수능시험 사상 가장 높다. 종전에는 2012학년도의 2.67%가 최고 수치였다. 수준별 방식으로 치러진 전년도 영어 영역 경우 만점자 비율은 A형 1.13%, B형 0.39%였다. 이 같은 현상은 애초 교육부가 밝힌 것처럼 '쉬운 영어'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연계열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B형은 상황이 더했다. 이 영역의 만점자 비율은 무려 4.3%. 수능 사상 최초로 영역별 만점자 수가 1등급 컷(4.0%)보다 많았다. 지난해 수능 수학B형 만점자 비율이 0.58%였던 점을 고려하면 난이도 조절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학B형의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자연계 수험생들은 다른 과목 점수에서 당락을 겨룰 수밖에 없어졌다.
수학 A형도 만점자 비율이 전년도보다 높아졌다. 전년도 만점자 비율은 0.97%였는데 이번 수능시험에선 2.54%로 상승했다.
난이도를 따져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의 표준점수). 표준점수는 평균점수를 바탕으로 수험생의 원점수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환산한 것이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점수가 낮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지고, 시험이 쉬우면 평균점수가 높아지는 대신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진다.
작년 수학 A, B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43점, 138점이었는데 이번에는 시험이 쉬웠던 탓에 각각 131점, 125점으로 10점 이상 낮아졌다.
◆국어 B, 과탐에서 갈릴 듯
수학과 영어 영역에서 만점자가 속출하면서 인문계 수험생들은 국어, 자연계는 과학탐구 영역의 성적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인문계열의 경우 최상위권 1등급 구간에서 국어 B, 수학 A, 영어 3과목 만점자의 표준점수 총점(402점)과 1등급컷 총점(389점)의 격차는 13점으로 지난해 17점보다 4점 줄었는데, 수학'영어 만점자가 많아 국어 B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 B형의 만점자 비율은 0.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만점자 비율은 0.92%였다. 표준점수 최고점(139점) 또한 전년 대비 8점이나 상승했다.
자연계열은 1등급 구간에서 국어 A, 수학 B, 영어 3과목 만점자의 표준점수 총점(389점)과 1등급컷 총점(384점)의 차이가 고작 5점에 그쳤다. 지난해 17점보다 12점이나 낮아졌다. 이에 따라 비교적 어렵게 출제된 과학 탐구가 자연계열의 변별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난이도를 살펴볼 수 있는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생명과학Ⅱ가 73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물리Ⅰ 72점 ▷화학Ⅰ'생명과학Ⅰ'지구과학Ⅱ 71점 ▷지구과학Ⅰ 69점 ▷화학Ⅱ 68점 ▷물리Ⅱ 67점 등을 기록했다. 생명과학Ⅱ의 경우 출제 오류 논란 끝에 8번 문항이 복수정답 처리됐음에도, 점수 변별력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실장은 "영어와 수학의 변별력이 떨어져 인문계열은 국어 B형, 자연계열 경우 과학탐구 영역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라며 "특히 수학 B형이 쉬워 최상위권과 상위권의 경계가 모호해진 자연계열에서 의대를 비롯해 상위권 인기학과의 입학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성학원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탐구 영역의 영향력이 커진 올해는 소수점 이하 점수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시 지원 전략을 세울 때 탐구 성적은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 표준점수를 적용할 경우 자신의 점수가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꼼꼼하게 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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