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사람] 친환경 운전왕 윤재인 씨

"응급처치 봉사 때 기름값 아끼려 고연비 운전 시작"

대구 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재인(35) 씨는 평범해 보이지만 친환경 운전의 고수다. 그는 지난달 22일 대구지방환경청이 주관하는 친환경 운전왕 선발 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운전의 고수들을 뒤로하고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두 사람이 한팀이 되어 참가해야 했던 대회에서 그가 택한 파트너는 6개월 차 초보운전자인 여자 친구 이민아(24) 씨였다. 그는 우승의 비결로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비결은 그의 일상 속에 있었다.

◆편의점 사장서 운전왕이 되기까지

윤 씨는 "최우수상 수상은 우연의 결과"라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우승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여자 친구랑 편의점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친환경운전 대회 광고가 나왔어요. 참가만 해도 2만원짜리 주유권 두 장과 후드 티, 거기다가 맛있는 점심까지 준다고 하기에 데이트도 할 겸 신청했죠." 숨겨진 의도는 '데이트'였지만 윤 씨가 내세운 표면적 참가 동기는 여자친구의 운전 습관을 고치는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운전을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 됐어요. 같이 몇 번 타봤더니 제 기준에서는 과속 운전을 하더라고요. 운전 초보 때 올바른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잖아요. 친환경 운전과 안전 운전이 뭔지 같이 공부하고 배우려고 지원한다고 신청서에 작성했어요."

대회 2주 전 윤 씨는 참가 통보를 받았지만 따로 준비한 것은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정작 친환경 운전의 비결은 윤 씨의 평소 생활에 있었다.

2009년부터 대한적십자사에서 응급처치법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는 그는 장거리 운전을 할 일이 많았다. 일주일에 2, 3번 영천, 구미 등에 자원봉사를 가면서 기름값을 고민했던 게 친환경 운전의 시작이었다. "강의를 하면 교통비를 조금 받는데 어떻게 하면 교통비를 아낄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친환경 운전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윤 씨의 운전 매너는 어릴 적부터 보고 배운 것이다. "저희 아버지가 운전경력 40년 모범택시 운전기사입니다. 아버지 운전 습관을 어릴 때부터 많이 보고 배웠던 것 같아요. 지금도 운전 매너라든지 달라진 교통법 같은 것들은 아버지께서 꼬박꼬박 알려주세요."

◆우승의 비법, 윤 씨 특유의 '차분함'

대회 당일, 윤 씨는 한 가지에 집중했다. 바로 '차분함'이었다. "팀 이름은 '스피드 레이서'였지만 사실 최대한 '낭창함'을 유지하는 게 비법이었어요. 반전이었죠. 미리 코스를 둘러봤어요. 대회에서 주어진 시간은 70분인데 시간이 훨씬 남더라고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최소한으로 밟으면서 천천히 가도 되겠다 싶었죠."

윤 씨는 인터넷 조언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인터넷에는 시속 77㎞로 달리는 게 가장 좋다고 나와있더라고요. 시내 주행인데 77㎞를 달릴 수 없잖아요. 뒤에서 '빵빵' 거리든 말든 그냥 평소대로 60㎞ 이하로 달렸고 도로 규정속도를 지키려고 했어요."

대회 중 위기 상황도 있었다. "중간 지점에서 운전자를 바꿔야 해요. 상동교를 지나서 운전자를 바꿨는데 여자친구가 기어를 중립에 둔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은 거예요. '왕~' 소리가 나서 '아 이거 마이너스 되겠구나'했는데 다행히도 크게 반영은 안 됐나 봐요." 윤 씨는 24.7㎞ 거리를 1600㏄ 아반떼로 달려 ℓ당 17.8㎞ 연비를 달성해 우승을 차지했다. 2등은 ℓ당 17.5㎞, 3등은 17.3㎞였다.

윤 씨는 평소에도 연비를 생각하며 반드시 지키는 몇 가지 규칙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차를 가볍게 하는 것이다. "차에는 배드민턴 채 하나도 두지 않습니다. 기름도 적게 넣어요. 가득 채우고 다니는 것도 차 무게를 늘리기 때문에 기름도 한 번 주유할 때 3만원 정도밖에 안 넣어요."

관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도 연비를 생각하는 일이다. "대회 때도 그랬듯이 브레이크, 가속페달을 최소한으로 밟는 게 좋습니다. 내리막에서는 특히 엔진 브레이크만 사용하면 연비에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도 신호 대기 중에는 중립으로 해두고, 천천히 운전하기 위해 약속 시간보다 미리 나가는 것도 윤 씨가 강조한 습관들이다.

◆앞으로는, 대회가 미친 영향

대회에서의 입상은 윤 씨보다도 여자친구에게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여자친구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어떤 게 올바른 습관인지를 확실히 알았어요. 전에는 시속 140㎞까지도 달리던 여자친구가 저랑 마찬가지로 '낭창한' 운전자가 됐죠."

대회 참가를 계기로 여자친구와도 더 돈독해졌다. "보통 남자친구가 운전을 가르쳐주면 많이들 싸우잖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제가 잔소리를 몇 번 해 작게 다툰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대회를 함께 준비하고, 입상까지 하면서 서로 더 신뢰할 수 있게 됐고 서로에게 더 의지하게 됐어요. 사실 이제 여자친구가 제 말을 잘 따르게 돼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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