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리운전 구하기 별따기…'더블' 불러야 온다

수요 많아 손님 골라 받아

직장인 김모(50) 씨는 지난달 말 오후 11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에서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했다. 30분 넘게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자 김 씨는 업체에 다시 연락했지만 "오늘 콜이 많다"는 답변만 들었다. 김 씨는 할 수 없이 "요금을 두 배로 낼 테니 대리운전 기사를 빨리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자 2분도 안 돼 대리기사가 달려왔다. 김 씨는 "택시를 탔다면 9천원만 내도 됐다. 대리비가 아까워 그냥 운전대를 잡을까도 고민했다"며 "그날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연말 송년회 시즌을 맞아 요금을 두 배 주는 '더블 손님'을 선호하는 대리기사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대구지역 대리기사들은 손님 한 명당 기본요금 1만원을 받고 경산과 칠곡, 다사 등에 갈 때는 1만5천원을 받는다. 이들은 대리운전 업체 1, 2곳과 계약하고, 한 콜 당 수수료 3천100원을 업체에 내고 있다. 수수료와 교통비 등 경비를 제외하면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절반 남짓 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대리기사는 대리운전 수요가 크게 느는 연말을 노려 '더블' 주문만 골라 받고 있다.

10년차 대리기사 박모(47) 씨는 "연말에는 더블 주문이 들어오기만 기다린다. 밤늦은 시간에는 몇십 분 기다리지 않아도 더블 주문이 올 때가 많다"며 "요즘 같은 대목에는 상당수 기사가 일반 콜을 꺼리고 있으니,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더블을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대리운전 업체도 더블이 많으면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다 보니 주문이 올 때 더블을 암시하는 'w' '2' 등의 메시지를 대리기사에게 보내고 있다.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는 "고용 관계도 아닌 대리기사가 일반 콜을 꺼린다 해서 업체가 강제 배차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