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 법사위, '관피아 척결' 하지 말자는 것인가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가 보류됐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법사위는 오는 5일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지는 의문이다. 이는 개정안이 제출됐을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개정안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일명 '관피아 방지법'으로 불린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2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업무 관련성의 판단기준을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에서 '기관의 업무'로 확대하며,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자격증 소지자도 취업제한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고법 부장판사 이상 고위법관이나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들이 퇴직하면 3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런 내용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그럼에도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한 것은 이 같은 조치 없이는 적폐가 된 '관피아' 문제를 척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의 예를 봐도 개정안이 지나친 것도 아니다. 일본은 퇴직 관료의 재취업을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5년간 재취업을 금지한다. 영국도 재취업 사전 승인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개정안이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을 해친다거나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법사위가 처리를 보류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봐야 한다. 법사위원 중 상당수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들은 기득권의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법사위는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형식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관피아 척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무위로 돌리려는 반동(反動)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법사위는 개정안의 위헌 가능성만 부각시킬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헌법적 가치와 관피아 척결이란 국민적 여망을 조화시킬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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