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금·단체 협상하자는 勞, 공공기관 개혁 내세운 병원

정부 VS 노동계 대리전 확전

8일째를 맞은 경북대병원 노조 파업이 장기화할 우려를 낳고 있다. 노사 간의 임단협이 공공기관 경영 개선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평행선 달리는 노사 갈등

경북대병원 측은 2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 본원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잇따라 설명회를 열었다. 노사 간 쟁점 사항과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 계획안에 대한 설명회에는 노조원과 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병원 측이 전례 없이 설명회까지 연 이유는 노사 간의 갈등이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이하 경북대병원 노조)가 내세운 요구는 칠곡 제3병원 건립 중단과 간호 인력 확충 등이다.

그러나 경북대병원 측은 '실제 쟁점은 기획재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 방안'이라고 맞선다. 노조 측이 ▷간호사 20명 정규직 채용 ▷단체협상은 미루고 임금협상부터 진행 등을 요구했고, 병원 측이 이를 받아들이는 안을 내놨는데도 노조가 결국 파업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북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임금 인상과 칠곡 제3병원 건립 중단 등에 대해 노조가 수용 가능한 조율안을 내놓기 전에는 파업 중단이 힘들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의 방만경영 개선안이 쟁점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이미 착공한 칠곡 제3병원의 건립 취소는 말이 안 되고, 간호 인력 채용도 약속했다. 정부의 방만경영 개선 요구안은 노조가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 계획은 기획재정부가 올 2월 공기업을 대상으로 내놓은 지침이다. 기재부는 부산대병원과 한국거래소, 한국마사회, 강원랜드 등 38개 공공기관을 중점관리 대상기관으로 선정하고 기관당 1인당 복리 후생비를 500만원 이하로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교육비 및 의료비 과다지원과 경조비 지원, 과다한 특별휴가 및 퇴직금 등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부산대병원을 제외한 37개 기관이 노사협상 등을 통해 방만경영 개선에 동참했다. 한국거래소는 1인당 복리후생비를 1천306만원에서 410만원으로 줄였고, 한국마사회도 919만원에서 390만원으로 줄였다. 부산대병원도 22개 항목 중 대학생 자녀 학자금 및 탁아 지원비 폐지, 진료비 감면 축소, 장기근속 포상 및 퇴직기념품 폐지, 청원 휴가 일수 축소 등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따라 경북대병원도 직원의 종합검진비 30% 할인 혜택, 직계 존비속의 진찰료 및 선택진료비 할인 등을 폐지하기로 했다. 퇴직자의 진찰료와 진료비 감면 혜택도 폐지할 방침이다. 또 경조사비를 본인 사망 시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이고 퇴직자와 장기근속자 포상 폐지, 난임휴직 및 보건수당 지급 폐지 등 17개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경북대병원, 시범 케이스 되나

전국 12개 국립대병원 가운데 부산대병원을 제외하면 임단협을 끝낸 곳은 전무하다. 대신 이달 18일부터 병원별로 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올 상반기 단체협상을 미루고 임금 협상을 타결했지만 이사회의 거부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

경북대병원은 기획재정부의 정상화 방안을 거부할 경우 정원 및 교부금 동결, 임금동결, 기관장 해임 건의 등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양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인력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 인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반 병동의 경우 간호 인력이 10% 수준에 머무른다.

현재 병상 가동률은 파업 첫날인 지난달 27일 88.8%에서 2일 현재 63.7%로 떨어졌다. 간호사 1명은 과로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다. 이에 따라 가동률이 50% 미만인 병상을 통합 운영해 간호 인력의 피로도를 줄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수술실 가동률도 50%대로 떨어지면서 기존 수술 예약 환자들을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칠곡 제3병원은 최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예산 소위를 통과했고, 지표 조사까지 들어간 상황이어서 되돌릴 수 없다. 다른 국립대병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기재부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제재도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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