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병원 파업 7일째…텅빈 접수창구

5분 걸리던 진료대기 40분 더 걸려

3일 오후 경북대병원 파업이 1주일가량 지속되면서 외래접수 창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3일 오후 경북대병원 파업이 1주일가량 지속되면서 외래접수 창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3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노조 파업 7일째인 이날 본원 외래진료동 1층 로비는 300여 명의 노조원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로비를 점거한 노조원들은 "칠곡 3병원 건립 중단",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잇따라 구호를 외쳤다.

노조원들에 밀린 외래접수 창구는 입'퇴원 제증명 업무를 제외하고 모두 2층으로 옮겼다. 소란스러운 병원 안에서는 고함을 지르듯 이야기해야 겨우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였다.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바뀐 외래 창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는 환자들도 눈에 띄었다.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은 장연아(80) 할머니는 "진료를 받으러 온 병원이 이렇게 어수선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직원들이 로비에 나와 무인자동수납기로 안내하고 있지만 평소 해오던 것과 달라 짜증이 났다"고 했다.

일부 진료과에서는 파업으로 생긴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원무과 직원들이 파견돼 환자 접수와 안내를 맡기도 했다. 일부 파견 직원들은 업무 처리가 익숙하지 못해 곳곳에서 대기 환자 줄이 길어지기도 했다.

순환기 내과를 찾은 금동환(39) 씨는 "평소 5분 만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예약시간보다 40분을 더 기다렸다"면서 "환자를 볼모로 파업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병원 곳곳에는 인력 공백의 흔적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2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피로도가 갈수록 가중되면서 입원 병동 통합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607병동의 경우 입원 환자 40여 명 가운데 26명은 퇴원했고, 20명은 다른 병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술실 가동률도 50%대로 떨어지면서 기존 환자들을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평소 북적이던 진료실은 한산했다. 대부분 진료과에서 신규 입원과 진료 예약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예약 진료 날짜를 잡기 힘든 환자들의 불만도 높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호흡기 내과를 찾은 김규주(55) 씨는 "폐질환을 앓고 있어 병원을 찾아 폐 내시경 예약을 하려 했지만 파업 인력부족으로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오랫동안 진료를 못 받고 병세가 악화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김영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 분회장은 "병원 측과 노조의 협상안이 타결되지 않아 우리 노조원들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대구 시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인 만큼 인력 공백으로 인한 불편을 조금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