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이 중견작가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마련한 전시 기억공작소에 권오봉 작가가 초대돼 2015년 1월18일(일)까지 작품전을 갖는다.
권 작가의 작업은 질주하듯 캔버스 위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선으로 대변된다. 선들은 세상에 던져진 우연의 산물처럼 무의미하게 나열되어 있다. 이는 작가가 회화적 관행을 따르지 않는 작업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선을 긋거나 긁어내는 방법으로 캔버스 위에 선을 구현한다. 또 그는 붓을 버리고 빗자루, 꼬챙이, 칼 등을 이용해 선을 긋거나 긁어낸다. 눈으로 보고 붓으로 그리는 회화적 관행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로 이미지의 유기적 연관성을 해체하는 일종의 파괴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관행을 훌훌 털어 버리는 행위를 빌려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어, 이래도 그림이 되네"라고 말을 한다. 이는 "이것이 그림이다"라는 말과 사뭇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 그림이다"는 말은 "이것이 나의 재능이다"라는 말과 동의어다. 그것은 잘 그린다 못 그린다의 구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어, 이래도 그림이 되네"라는 말은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구분에서 벗어나 순수한 가능성으로서의 미술을 다시 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실을 옮겨 놓은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수십 년 동안 사용한 까닭에 손때와 물감이 범벅된 이젤과 테이블, 물감 개는 그릇과 그것을 씻는 개수대, 넓은 캔버스에 물감을 펴 바를 때 사용하는 막대걸레, 캔버스 표면의 물감을 긁어내는 갈고리,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흐르고 뿌려진 물감 자국들이 쌓여 있는 바닥은 회화를 잉태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작업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작가는 회화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회화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험적인 동시대 미술 태도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껍질이 된 기성 언어를 끊임없이 거부하려는 신체 행위를 통해 회화의 본성, 자유와 순수 유희 등을 새롭게 기술하려는 작가의 태도만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053)661-3521.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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