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출판사들이 교육부의 가격 인하 명령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출판사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 명령이 "절차에 위법이 있고 출판사들의 예측 가능성도 침해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교육부가 조정가격 산정방법이나 구체적인 산출 내역을 밝히지도 않은 채 자의적으로 가격을 결정한 탓이 컸다. 뒤늦게 규정을 개정해 가격 조정 명령을 내린 것도 독이 됐다.
교육부 정책이 흔들렸던 만큼 이번 결과는 출판사들이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패소가 확정되면 교육부는 출판사들이 처음 제시했던 가격과 실제 판매 가격과의 차액을 물어줘야 한다. 자칫하면 내년부터 학부모들이 지난해 대비 70% 인상된 교과서 값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생겼다.
이번 소송은 교육부가 자초했다고 보아 무방하다. 교육부가 교과서 선진화를 이룬다며 가격 자율화를 도입한 것은 4년 전이다. 가격이 자율화되자 출판사들은 교과서 고급화를 내세워 가격 대폭 인상을 시도했다. 당장 올해 사용분 교과서 값을 종전 대비 70% 이상 올리려 했다. 이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교육부가 뒤늦게 규정을 고치고 이를 근거로 출판사에 가격 인하 명령을 내린 것이 화근이다.
교육부가 책임을 법원 판결에 미루고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한다면 무책임하다. 법원이 출판사 손을 들어준 것은 조정 명령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이지 출판사가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35%, 고교 교과서 44% 인하 명령을 내린 것은 애초 출판사들의 70% 이상 인상에 맞선 것이었다. 출판사들은 가혹한 인하요구라고 법원으로 들고 갔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인상요구였다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교과서 값 인상의 피해자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교과서 값 자율화의 취지는 출판사 간 경쟁에 의해 교과서 질을 높이자는 것인데 이번 소송 과정을 지켜보면 출판사들이 사실상 담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적절한 교과서 가격 도출을 위해 가격 상한제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의 일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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