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위한 냉장고가 따로 있다고?"
김치냉장고의 존재를 알고 문화 충격을 느꼈다는 외국인들이 종종 있다. 와인이 식생활의 일부인 프랑스에 와인냉장고가 따로 있듯이, 김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인에게도 김치냉장고는 이제 필수 가전제품이 됐다.
김치냉장고의 역사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생활가전 분야의 '투톱'이었던 금성사(현 LG전자)와 대우전자(현 대우일렉)가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금성사는 1984년 신문에 '국내 최초 금성 김치 냉장고 탄생, 주부님께 드리는 또 하나의 만족!'이라는 광고를 냈다. 김치 18㎏를 넣을 수 있는 45ℓ 용량의 김치냉장고는 당시에 혁신이었다.
1984년 6월 매일신문에 실린 광고를 참고하면 금성 김치냉장고의 소비자 판매가는 13만2천300원이었다. 당시 월급이 20여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월급을 털어야 살 수 있는 고가 가전제품인 셈이다. 176ℓ 용량인 좌우 양쪽으로 열리는 '프리도어 냉장고'(모델명: GR208-TFR)가 32만2천원에 팔리던 시절이었다. 대우전자도 잇따라 '스위트홈'이라는 브랜드의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18ℓ 용량으로 금성사 제품보다는 작았다.
이 두 제품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인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995년 11월 만도기계(현 대유만도)가 '딤채'(중종 때 김치를 뜻하던 말)를 내놓으며 대한민국에 김치냉장고 붐을 일으켰다. 1980년대 이후 주거 문화가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면서 김칫독을 묻을 마당이 사라졌고, 주부들은 김장김치 보관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만도기계는 1993년 10월 땅속 숙성 김치의 맛을 재현하자며 김치연구소를 세운 뒤 김치냉장고 연구에 나섰고, 이를 성공시켰다.
이제 김치냉장고는 신혼부부들이 결혼할 때 사가는 필수 가전제품으로 여겨진다. 최근 221ℓ 김치냉장고를 구입한 결혼 1년차 박혜민(29) 씨는 "처음에는 김치 냉장고 없이 살았지만 친정어머니가 김치를 잘 저장해야 맛있게 먹는다고 강조하셔서 최근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수량으로 계산하면 100만 대 정도다.
황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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