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에는 67년 역사를 가진 조그마한 유치원이 있습니다. 비록 4학급밖에 없지만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과 맑은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뛰놀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느닷없이 질문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 서너 명의 아이들이 잠깐 생각하고 있는데 한 녀석이 "엄마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녀석은 "아빠요!"라고 답했습니다. "왜?"라고 다시 질문하자 아이들은 "우리를 사랑해 주니까요"라고, "우리에게 밥을 주고 키워주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 밥이 더 중요해? 아니면 엄마 아빠가 더 중요해?"라고 하자 아이들은 "밥보다 엄마 아빠가 더 중요해요"라고 답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가족이며 밥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며, 또 인간보다 더 아름다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노래합니다.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참으로 고귀한 모습으로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그분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분은 죄악에 빠진 인간을 구하시기 위하여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냈으며, 당신 아들의 십자가 상 희생을 통하여 인간을 구원하였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이 당신 아들을 내어 놓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어찌 보면 하느님이 이렇게 인간을 섬기며 사랑하는데 어찌 인간이 존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사랑하는 존재가 인간인데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인간을 하느님처럼 모셔야 합니다.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서로 하느님을 닮을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는 세상에 이토록 귀중한 인간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병들었다고, 늙었다고, 머리가 모자란다고, 가난하다고, 외국인이라고, 지위가 낮다고,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을 마치 물건처럼 대하고 있으며, 능력이나 지위 그리고 권력에 따라 차별하여 대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돈을 벌기 위하여,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유치원에 다닐 때 우리 아이들처럼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욕망이 이들의 눈을 멀게 하여 인간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보지 못하고 있으며,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의 덫에 걸려 어릴 때 깨달은 진리를 놓쳐버렸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유치원생도 깨달은 진리, 인간이 세상 그 무엇보다 존귀하며 사랑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줄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이 진리를 깨닫고 실천한다면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워질까요.
성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이 세상 만민을 위해 인간이 되어 오신 성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인간을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분은 죄인과 창녀, 눈먼 이와 나병환자 등 어려움과 고통 속에 있는 자들을 먼저 사랑하시면서 인간 사람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나보다 더 나은 이들이 아닌, 이 세상의 미소한 자, 가난한 자들을 먼저 사랑하고 존중합시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유치원 시절로 돌아갑시다.
대구 비산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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