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를 희석시키려는 정치권의 '꼼수'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일과 3일 김영란법 심사를 재개한 국회 정무위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정기국회 법안심사에 앞서 제출토록 한 1차 수정안에 이어 2차 수정안을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 요구했다. 정무위의 요구는 '부정청탁'과 '이해충돌' 관련 조항을 명확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오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는 물론 연내 처리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임시국회 개회시점에 대한 여야의 이견으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개최 시점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임시국회를 10일 소집하자는데 반해 새누리당은 20일 이후 소집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렇게 김영란법 심사를 미적거리는 것은 결국 여야가 김영란법 처리에 뜻이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김영란법 원안의 변질 가능성이다. 정무위는 부정청탁의 행위와 이해충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해 2차 검토안을 마련할 것을 국민권익위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요구대로 수정안이 만들어지면 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늘어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는 법 적용 대상에서 공직자 가족이 대폭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김영란법은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원안이 지향하고 있는 법정신은 간데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은 바로 이것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김영란법 원안의 취지는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포괄적 제재다. 가족을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바로 그러한 포괄적 제재가 아니고서는 공직자 비리를 뿌리뽑을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 원 이상의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규정해놓아도 당사자가 아닌 가족을 통한 우회 금품수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공직자 비리의 상당 부분은 가족을 통한 금품수수 또는 청탁이다. 이런 측면에서 '가족'이라고 포괄적으로 명시한 김영란법 원안은 설득력과 타당성을 갖는다.
어떤 법이든 모든 범법행위를 나열할 수 없고 불명확성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처벌 대상 행위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수정안은 구멍이 숭숭 뚫린 법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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