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사실은 한국을 아는 외국인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김치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과는 달리 외국인에게 김치는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은 음식이다. 카타르에서 유학 중인 방기원(24) 씨는 "현지 사람들과 한국 식당을 가면 갈비나 육개장과 같은 음식에는 관심이 많아도 김치를 맛있다고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많아도 '김치'라는 음식은 생각보다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공부했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답은 비슷했다. 한마디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김치에 대해 느끼는 기분이 우리가 서양의 블루치즈를 맛보았을 때 느끼는 거부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치를 맛본 외국인들에게 김치에 좀 더 쉽게 접근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모두 "김치를 이용한 요리를 먼저 소개한다면 부담감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뵨디 씨는 "김치를 주 요리(main dish)로 소개하면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며 "김치볶음밥처럼 김치를 재료로 한 다른 요리를 이용해 김치를 맛보게 한다면 거부감의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짓 메렛 씨도 "'김치볶음밥'이라는 말만 들어도 식욕이 생긴다"며 "김치를 좀 더 서양 요리와 결합시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외국인들도 김치를 좀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김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조금씩 낮아지는 중이라는 점이다. 과테말라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다는 서호연(28) 씨는 "예전 한식당은 한인 교포들만 갔는데 지금은 현지 외국인들도 한식당을 찾으면서 김치를 많이 접하는 중"이라며 "백김치나 동치미처럼 외국인에게 좀 더 친숙한 맛과 모양의 김치를 알린다면 더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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