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54) 씨는 주말을 이용해 골프를 치다 손에 통증을 느꼈다.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한 최 씨는 물리치료만 받으며 한 달을 버텼다. 아픈 손으로 골프연습장에서 매주 1, 2차례 연습도 계속했다. 하지만 좀처럼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왼쪽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최 씨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최 씨 손 안의 뼈가 부러져 있었고, 부러진 뼈에 긁힌 힘줄이 모두 상한 상태였다. 결국 수술대에 오른 최 씨의 손은 회복되기까지 석 달이 걸릴 전망이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부상의 위험이 크지 않다. 그러나 과도하게 힘을 줘서 스윙연습을 하거나 무리한 라운딩을 하다가 손에 다양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손과 손목에 장기간 충격이 지속되면 손가락의 힘줄과 인대, 손목뼈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반복적인 충격에 손목뼈 부러져
겨울철은 골퍼들이 부상을 당하기 쉬운 계절이다. 스윙을 하다가 단단하게 얼어 있는 땅을 내리칠 경우 손에 부상을 입기 쉽기 때문이다. W(더블유)병원 수부외과센터가 최근 수부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골프 라운딩이나 연습 도중에 골퍼들은 손목뼈 중 유구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자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구골은 갈고리 형태의 돌기를 갖고 있는 손목뼈다. 4번째 손가락인 약지를 따라 손바닥으로 내려오면 손목으로 넘어가기 전 3㎝가량 솟아오른 뼈다. 골프뿐만 아니라 테니스나 배드민턴 등 라켓을 손에 쥐는 운동의 경우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이나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지면서 부러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에, 왼손잡이는 오른손 유구골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은 점도 특징이다.
골절이 발생한 상태에서 연습이나 라운딩을 계속할 경우 골절된 뼈 조각 위로 손목 힘줄인 굴곡건이 움직이면서 지속적인 마찰로 굴곡건에 손상을 입고, 혈행 장애로 이어지며 굴곡건이 찢어지게 된다.
유구골 골절은 일반적인 X-선 검사로는 발견이 쉽지 않다. 손목을 뒤로 젖힌 상태에서 촬영을 해야 골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유구골이 부러져도 초기에는 고통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러진 뼈에 힘줄이 긁히면서 끊어지거나 손목건초염, 손목터널증후군, 척골 신경장애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나친 연습도 다양한 손 부상 부른다
라켓이나 골프 클럽 손잡이를 지나치게 센 힘으로 꽉 쥐는 상태가 반복되면 '방아쇠 손가락(수지) 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고 욱신욱신 쑤시거나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딱 소리가 나는 경우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 같이 힘이 들고, '딱' 소리가 나기 때문에 방아쇠 손가락이라고 불린다.
방아쇠 손가락은 손가락을 과도하게 쓰면서 손가락 힘줄 부위가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면서 힘줄이 두꺼워지는 병이다. 두꺼워진 힘줄은 신경과 힘줄이 지나가는 얇은 외피로 된 관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골프채와 몸을 연결하는 주요 고리인 왼손 새끼손가락에 가장 먼저 증상이 나타나고 왼손 4번째, 3번째 손가락 순으로 증상이 발생한다.
근육이 뼈에 붙는 부위인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손목 건염이 생기기도 한다. 골프 후 물건을 잡거나 손목을 움직일 때 오른쪽 엄지손가락이나 손목 등에 통증이 있고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면 손목건염을 의심해야 한다. 근육들이 손가락뼈에 연결되는 힘줄과 손목의 밴드가 교차하는 부위에 입는 부상이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하거나 스윙에 문제가 있을 경우 생기고, 노화나 과거에 같은 부위에 부상을 입은 적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하다. 염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힘줄뿐만 아니라 인대까지 염증이 쉽게 확산된다. 심하면 찢어져 수술해야 하는 수도 있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손가락 스트레칭과 손목 강화로 예방
손목 힘줄이 끊어졌을 경우 봉합술이나 끊어낸 뒤 인접한 다른 손가락의 힘줄로 재건하는 수술을 한다. 수술을 하면 정상적인 손에 비해 악력은 평균 82% 정도 회복되고, 손가락의 운동도 정상적인 손가락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염증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세심한 치료가 필요하다.
방아쇠 손가락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소염제 등 약물치료를 하고 휴식을 취하면 호전된다. 효과가 없을 때는 스테로이드제를 국소 부위에 주사해 염증을 없애고, 증상이 심해지면 손가락의 힘줄이 걸리는 부분을 절개하는 수술을 한다.
손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는 손가락 스트레칭과 손목 주변을 돌리며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골프를 칠 때 과도하게 손목이 젖혀지거나 너무 세게 잡는 것을 피해야 한다. 사용한 지 오래돼 헐거운 장갑이나 낡은 그립은 손과 손목에 불필요한 힘을 유발해 부상의 위험을 높이므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우상현 W(더블유)병원 병원장은 "만약 골프를 하다 손과 손목에 통증과 부상이 있다면 무리하게 골프를 치려 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에게 찾아가 진단을 받는 것이 골프 코스로 빨리 돌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도움말 W(더블유)병원 수부외과센터 우상현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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