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한 다시 개성공단을 볼모로 삼으려는가

북한이 개성공단 북한 측 근로자의 최저 임금 인상률 제한 규정을 남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 민족끼리'가 이런 사실을 전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개성공업지구 노동 규정 조문 10여 개를 개정해 임금 인상률 제한 규정을 없앴다는 것이다. 이리되면 북한이 앞으로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를 통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 지난해 5개월 동안 가동중단 사태를 빚었던 개성공단을 언제든 다시 볼모로 삼으려는 북한의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남북은 지난 2003년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만들어 매년 최저 임금을 5% 안쪽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하기로 명문화했다.'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도 이에 맞춰 '월 최저 노임은 전년도 종업원 최저 노임의 5%를 초과해 높일 수 없다'고 규정해 뒀다. 그런데 이번에 북이 일방적으로 이 규정을 없앤 것이다. 남북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으려는 시도에 다름아니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최저 임금은 70달러(7만 7천 원 정도)를 약간 웃돈다. 여기에 시간외수당과 장려금 등을 더하면 실질임금은 이보다 두 배 정도 된다. 지난 2007년부터 매년 5%씩 올랐다. 이는 북한 내 일반 기업 근로자 급여의 1.5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성공단에는 5만 3천여 명 정도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북한이 이들 근로자의 임금 대폭인상을 요구하고 나선다면 개성공단은 다시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

북한의 일방적 최저 임금 제한 규정 철폐는 남북관계의 기본 신뢰를 또다시 무너뜨리는 행위다. 국가건 기업이건 경영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북한의 이런 일방적 조치는 미래를 불투명하게 해 개성공단의 장래에 그림자를 드리울 뿐 아니라 개성공단 국제화에도 걸림돌이 된다.

북은 규정삭제로 개성공단 나아가 남북관계를 조정해 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접어야 한다. 북한이 공단근로자들의 임금을 무기로 삼으려 들면 개성공단의 경쟁력만 떨어진다. 개성공단을 주시하고 있는 국내'외 기업들도 결국 외면하게 된다. 현명하게 판단할 일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