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이 연주되던 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무대에 선 하이든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려고 청중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갔다. 중앙은 텅 빈 상태, 연주가 한창 무르익을 때 굉음을 내며 천장의 샹들리에가 중앙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으로 깨졌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다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청중 중 사람들은 외쳤다 "기적이다"라고, 그래서 하이든교향곡 96번에"기적"이란 부제가 붙었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도 차근차근 따져보면 모두 "기적"이다.
초등학교 때 꿈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현모양처'의 명확한 뜻도 모르면서 나는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선생님은 웃는 아이들을 꾸짖으시며 나의 꿈이 제일 훌륭한 꿈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창피한 꿈같아서 나는 꿈을 정하지 못했다. 철이 들면서 나의 꿈은 '시인'으로 바뀌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먹구름을 헤치고 무지개를 잡는 일이다.
팔공산이 대구의 아버지라면 앞산은 대구의 어머니다. 품 넓은 어머니 가슴에 안겨 있는 '대덕문화전당'은 잠시 접었던 꿈을 향해 달려온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하다. 진달래가 앞산을 뒤덮은 2013년 봄날, '주민악단모집' 광고가 나가자 다람쥐 쳇바퀴 세상에서 은행창고였던 아버지들과, 온몸이 기도였던 현모양처들이 악기 하나씩을 들고 모여들었다. 상상의 위력은 대단하다. 경우에 합당한 상상은 심오한 방식으로 멋진 인생의 인도자가 되기도 한다. 주민악단의 처음 취지는, 오페라가수를 꿈꾸던 반찬가게 아줌마와, 기타리스트를 꿈꾸던 세탁소 아저씨와,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교장선생님이 합주를 하면 과연 어떤 사운드(sound)가 나올까? 하는 흥미로운 상상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싱싱음악대'가 되었다. 다양한 아마추어 악기들이 한데 모였기 때문에 편곡은 물론 악기앙상블의 밸런스 맞추기가 매우 까다롭지만 열정 하나만은 잘 갖춰진 어느 오케스트라 못지않다. 제2의 멋진 인생을 꿈꾸는 '싱싱음악대'는 지역사회봉사의 일원으로 어느 곳에든지 달려가 기쁨을 기부한다. 대회시상금이나 사례금도 좋은 곳에 쓰인다.
11월 마지막 토요일, 그동안 갈고닦은 정기연주회는 박수갈채와 함성으로 성황리에 끝났다. 꿈은 꾸는 자의 것.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묻다가는 평생 답을 찾지 못한 채 외로움에 갇혀버릴 수 있다. 가진 것이 많은 자일수록 외롭다는 말을 많이 한다. 외로움에는 창문이 없다. 좋은 친구도 잠시뿐이다. 나는 외로울 때 플루트를 분다. 플루트의 새소리는 하늘 창문을 활짝 열어 먹구름 속의 찬란한 무지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혜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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