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비선(秘線) 실세'로 거론된 정윤회(59) 씨의 국정개입 의혹 및 측근들의 권력암투설과 관련해 '찌라시' '있을 수 없는 일'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한 톤으로 부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 "찌라시 얘기에 나라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국민 여론과 달리 이달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이어 이날 한 발언을 두고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신감에서 나온 정면돌파?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 문건 유출로 시작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파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체 없는 '국정 흔들기'로 판단하고, 현 정국에서 밀리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문건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사실과 다르다는 확신의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권력암투설의 중심에 서 있는 정 씨와 박 회장 부부를 모두 실명으로 언급하면서 "정윤회 그 사람은 직을 떠난 지 오래됐다. 지만이 부부는 그동안 청와대에 있던 전직 대통령이 친인척 비리로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을 보고 그런 문제는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청와대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했다"며 "그런 분들이 무슨 권력이 있다고 권력다툼을 하겠느냐"고 권력암투설을 일축했다.
또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청와대 이재만(48) 총무비서관, 정호성(45)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48) 제2부속비서관의 인사개입 등 권력남용 의혹에 대해 "보좌관들은 내가 달성군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렵게 될 때부터 순전히 보좌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한 심부름 정도 하고, 내 그것(의견'입장)을 전달하는 사람들인데 지금까지 무슨 잘못이 있었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잘못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그들을 가만히 뒀겠느냐. 그건 전부 사실이 아니다. 실세니 뭐니 하는 얘기는 전부 사실이 아니다"고 소위 '3인방'의 결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이들 '3인방'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논란이 되는 이들의 언행이 자신의 의중을 반영했거나 대리 행사를 한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 국면 이해 부족?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상황을 너무 쉽게 본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현 국면이 단순히 문건의 유출이나 그런 모임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소수의 측근에 의존해 국민을 통치하고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중론이다.
위기 때마다 여론을 수렴하기보다는 자신의 방식대로 정면돌파해온 박 대통령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다 '정국은 내가 주도한다'는 인식이 이번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로 위기가 타파될까?
검찰 수장에 대한 인사권을 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검찰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 씨를 지목해 "그 사람은 직을 떠난 지 오래됐다. 그런 분들이 무슨 권력이 있다고 권력다툼을 하겠느냐"고 권력다툼설을 일축하고, 소위 청와대 '3인방'에 대해 "실세니 뭐니 하는 얘기는 전부 사실이 아니다"고 단정한 것은 권력개입 사실 여부에 대한 수사에 일정 선을 그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의혹 자체를 부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새누리당 지도부와 검찰에 제시한 셈"이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문고리 3인방'으로 대표되는 측근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 씨가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과 매월 두 번씩 만나 국정에 개입한다'는 내용을 지난 1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구두로 보고했다"는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 주장의 경우 권력 실세들의 국정 농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위 여부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게다가 "청와대 등 일부 인사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인사발표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는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최근 대통령의 잇단 발언 등에 영향을 받아 청와대 문서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 수사는 소홀히 한 채 문서 유출 경위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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