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후변화 적응 계획 손도 못 댄 기초단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적응 세부시행계획' 수립과 관련해 대구의 8개 구'군이 기초 단위의 계획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기초자치단체는 내년까지 기후변화적응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계획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해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 분야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과 적응 방안을 설정하는 것이다.

보통 계획 수립에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준비하더라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계획 수립을 끝낸 포항시 관계자는 "계획 수립 당시 건강, 농축산, 물관리 등 모든 분야가 총망라되는 데다 내부 시행계획 수립과 용역업체 선정, 각종 실무회의 및 외부위원과의 회의 등 절차도 많아 계획 수립에 1년 이상 걸렸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의 각 구'군은 예산 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계획 수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계획 수립을 하는 데 사업비가 최소 3천만원이 들 것으로 보이는 데 이를 구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며 "예산을 신청했지만 다른 구의 상황을 보자며 편성이 보류된 상태다"고 했다. 다른 구청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건강이나 재난재해 등의 분야는 구'군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공통적인 분야가 많은데도 이를 구'군이 자체 예산을 들여 별도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각 구'군의 세부계획이 시간에 쫓겨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는 "일반적으로 시행계획을 용역업체에 맡기는데 그러려면 기후변화와 관련해 사전에 각 지역의 문제나 취약점이 뭔지를 꼼꼼히 따지고 분석하는 노력과 함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각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획일적인 시행계획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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