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를 안 하면 늙게 보인다는 건 철칙입니다. 저는 20대, 30대 여성과도 친합니다. 젊은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별짓을 다합니다.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니까 여자들이 좋아합니다."
가수이자 화가인 만능연예인 조영남이 함박눈이 내린 8일 대구 호텔수성에서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는 주제로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하반기 마지막 강연을 했다. 그는 가수이면서도 그림을 그려 100여 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이날 주제와 같은 이름의 현대미술에 관한 책도 썼다.
조영남은 "'왜 화투를 소재로 그림으로 그리게 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먼저 음악과 미술의 차이점에 대해 말했다. 조영남은 음악의 경우 대가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미술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고 했다. 그래서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조영남은 "음악은 생업이 되다 보니 즐겁지가 않다"고 했다. 그는 "박수근'김환기'김창열 화백 등 국내 화가들의 그림을 살펴보니 이미 시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가 그림으로 구현된 상태였다"면서 "독특한 소재인 화투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한국교민의 집에 놀러간 일을 소개했다. 미국 생활에 젖어들어야 할 교민이 화투를 치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화투를 유심히 살피다가 그림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조영남은 "화투를 소재로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없다"면서 "화투를 그리면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미술은 보석보다 비싼 것이라고 했다. 조영남은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 모나리자는 프랑스를 먹여 살리고 프랑스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 제주도와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30년 전 첫 전시 얘기를 꺼냈다. 친구들이 그림 한 점씩을 사주면서 "영남아, 왜 하필 화투를 그렸냐? 아이들이 보는데 이걸 집에 걸 수가 있겠느냐"고 힐난조로 얘기했다고 한다. 그래도 조영남은 화투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 용기가 꺾였다면 화투 그림을 못 그렸을 것"이라면서 "특이한 것을 그리려다 20~30년 전 시작한 화투 그림이 지금은 아주 비싸졌다"고 웃었다.
그는 이날 강연이 끝난 뒤 자신의 히트곡인 '모란 동백'과 '지금'을 불러 100여 명의 탑리더스 회원들을 겨울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조영남은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경남 하동 화개장터 피해 상인들을 돕기 위해 내년 1월 10일 동료와 함께 서울에서 콘서트를 연다"면서 "대구시민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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