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눈길 시운전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거북 운행에다 또…

평소 속도의 절반에 못미쳐…마찰·전동에 좌우로 흔들려

8일 내린 눈은 내년 상반기 개통을 앞두고 시험운행 중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겨울철 악천후에 대비한 시스템 점검을 할 좋은 기회가 됐다.
8일 내린 눈은 내년 상반기 개통을 앞두고 시험운행 중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겨울철 악천후에 대비한 시스템 점검을 할 좋은 기회가 됐다.

도시철도 3호선, 눈 덮인 모노레일 첫 시운전

8일 내린 눈은 내년 상반기 개통을 앞두고 시험운행 중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겨울철 악천후에 대비한 시스템 점검을 할 좋은 기회가 됐다. 이날 눈 덮인 모노레일을 처음 달리며 겨울철 운행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시험한 대구시는 "쌓인 눈을 깨끗하게 쓸어내면서 원활하게 주행하는 등 동절기 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서행 운전과 표면 결빙, 진동과 흔들림, 강설 시간과 양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제설 및 운행지침 마련 등에 대한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사항을 드러냈다.

◆첫 눈길 달린 '거북이' 3호선

8일 낮 12시 16분 대구 중구 도시철도 3호선 달성공원역 승강장. 역사 밖 모노레일 위에는 1~2㎝가량 눈이 쌓여 있었고, 노란색 전동차가 차량 앞의 제설장치인 브러시(솔)로 눈을 치워가면서 천천히 진입했다. 이날 전동차는 오전 11시 15쯤 북구 동호동 차량기지에서 출발해 눈길 첫 시험운전에 나서 1시간 만에 달성공원역에 도착했다. 전동차는 옆 레일로 바꿔 다시 동호동 차량기지로 향했다.

전동차는 눈이 왔을 때의 운행 매뉴얼에 따라 평소 시운전 최고속도 70㎞/h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h로 운행했다. 눈길 자동차처럼 전동차도 속도를 줄여 서행할 수밖에 없어 악천후 시 정상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 염려됐다.

기자와 동승해 둘러본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및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은 '만약 눈이 온 뒤 기온이 떨어져 눈이 얼었을 때는 전동차의 브러시만으로 제설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지상보다 15~30m 높은 모노레일의 눈 녹는 속도는 그 아래 도로보다 훨씬 더뎠다. 이 시간 도로의 눈은 다 녹았지만 모노레일 위에는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었다.

달성공원역~칠곡경대병원역 구간(약 12㎞) 중 70%가량이 영상의 오후 날씨에도 눈으로 덮였고 빌딩과 아파트 등 건물 그림자에 가려 그늘진 곳과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센 하천(금호강, 팔거천) 구간에는 잔설이 있었다. 철제구간은 기온상승에 눈이 빠르게 녹았지만 콘크리트 재질로 된 구간은 표면 온도가 낮아 눈 녹는 속도가 더디다는 것도 확인했다.

눈 쌓인 모노레일을 전동차는 장착된 제설용 브러시로 마당을 쓸듯 밀고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런 작업 탓에 마찰과 진동, 흔들림이 전동차에 전해졌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브러시 사용 때 생긴 마찰은 운행속도가 3~5㎞/h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제설로 인한 마찰과 느린 속도 탓에 발끝으로 느껴지는 진동도 맑은 날 시운전 때보다 심했다. 또 속도를 줄이자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성은 약해지고 아래로 작용하는 중력이 커져 전동차는 평소 시운전 때보다 좌'우로 더 크게 흔들렸다.

◆겨울 날씨에 적합한 매뉴얼 급선무

대구도시철도는 이날처럼 영업시간 이전에 눈이 오면 전동차를 미리 가동해 눈을 걷어내고 나서 정식 운전을 할 계획이다. 오르막, 내리막 등 경사가 있는 구간은 전동차가 다니면서 미끄럼 방지용 모래를 살포하거나, 모노레일 위 수분이나 눈이 얼지 않도록 하는 융설(融雪)제를 뿌린다.

하지만 눈이 내리는 시간대와 적설량, 기온 등 여러 날씨 상황을 고려한 구체적인 제설 및 운행지침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날 내린 건식 눈(무게가 가벼워 제설이 쉬운 특징)과 달리 무겁고 바닥에 얼어붙는 습식 눈처럼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대구 날씨에 적합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김제봉 대구도시철도공사 3호선운영본부장은 "올해 겨울은 내년 개통 이전에 3호선의 폭설 대책을 시험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며 "대구처럼 눈에 노출된 모노레일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매뉴얼이 없다. 올겨울 눈 등 여러 겨울 날씨 환경에서 시운전한 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매뉴얼을 만들 것이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사진-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