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영덕'울릉군 등 동해안벨트 3개 지역 군수가 직'간접적으로 선거법 재판에 휘말려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들의 운명에 따라 해당 지역사회에 희비가 다시 엇갈릴 수밖에 없다.
현 군수를 밀었던 사람들은 현 군수가 낙마할 경우 닥칠 불이익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다른 후보를 밀었던 사람들은 재선거 출마 예상자가 누군지 점치기에 바쁘다.
어느 지역이든 '살아남은' 군수가 재판 과정을 통해 피아를 구분 짓는 또 다른 계기로 삼아 '보복'할 가능성도 있어 모두들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울진군수
임광원 울진군수는 첫 군수 당선 때인 지난 2010년 불법 선거자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70만원,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가까스로 군수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이번에는 부인 A씨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해 있다. 부인이 벌금 3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군수직을 잃게 돼 임 군수는 2010년에 이어 4년 만에 또다시 불안 속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
임 군수도 이번 선거 때 울진군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의뢰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이 '뜻밖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불법 선거자금에 대해 기소가 됐다면 임 군수는 지난 2010년 불법 선거자금과 함께 '누범'에 해당돼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처했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었다.
이 때문에 대구지법 영덕지원에서 열리게 될 부인 A씨의 1심 재판에서 임 군수에 대한 선관위의 수사 의뢰 내용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임 군수의 부인 A씨는 경찰 조사 때 "문제가 된 홀몸노인의 보일러 교체는 군 예산에 맞춰 이미 예정된 상태였고, 다만 교체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다"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영덕군수
이희진 영덕군수는 선거법 위반'무고'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지 2주일 만인 이달 1일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이 군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은 대구지법 영덕지원이 아닌 대구지법에서 열리게 된다. 이 군수 측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배경에 대해 "재판이 영덕에서 열릴 경우 재판이 열릴 때마다 군민들 사이에 재판의 방향과 분위기 등에 대해 온갖 억측과 소문이 난무할 것"이라며 "이처럼 지역 주민들 갈등이 더욱 노골화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지역사회와 군정의 안정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참여재판이 영덕에서 일반 재판을 받는 것보다 유리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이 군수 측은 "선입견이 없는 상식적 차원에서 일반 국민에게 사실 여부를 물어 무죄를 밝히기 위해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군수는 대구에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 준비기일에 마음을 바꿔 대구에서 일반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배심원 10명을 선발하는 등 재판 시작까지는 2,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루 이틀 만에 유무죄를 결정하게 돼 이 군수로서는 여러 차례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결국 이번 재판의 변수는 이미 돈 선거가 자취를 감춘 대도시의 배심원들이 영덕의 '돈 선거'를 인정하느냐이다. 또한 검찰이 과연 어떠한 증거를 배심원들에게 제시할지도 관심사이다.
이 군수 측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해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검찰이 명백히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중심으로 배심원단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 초대 군수였던 김우연 군수도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04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천300만원의 형이 확정돼 낙마했었다.
◆울릉군수
최수일 울릉군수는 지방선거 재산 신고에서 채무액을 고의로 누락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6'4 지방선거 당시 채무 30억8천900여만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아 재산 내역 공개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최 군수를 3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후보자에게 수십억원 단위의 채무액이 있다는 사실은 선거 당시 유권자들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요인"이라며 "특히 울릉군처럼 선거구가 작고 지역민들의 유대관계가 높은 지역의 경우 그 영향력이 더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2010년 전 경기도 시흥시의원이 선거 당시 9억여원의 채무를 누락시킨 혐의로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판례 등을 참고해 이번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이에 대해 최 군수는 "여행사를 운영하던 형이 본인의 도장 등을 위조해 보증인으로 세웠다가 회사가 부도나면서 채무를 떠안았다. 보증채무는 신고 대상이 아닌 줄 알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울릉군 주민들은 "또 이런 일이…"라는 반응과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 군수 이전에 역대 민선군수 3명이 연이어 중도 하차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민들 사이에선 조심스레 동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 군수의 채무는 주민 상당수가 아는 사실이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 만큼,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주민들의 이 같은 반응은 역대 민선군수들이 줄줄이 중도 하차하면서 행정 공백을 경험하며 피해를 봤다는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윤열 전 군수는 2010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군청 공무원들을 선거운동에 개입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아 군수직을 잃었다.
또 울릉군 첫 민선군수였던 정종태 전 군수는 울릉도 개발 과정에서 건설업체로부터 6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월, 추징금 6천만원을 선고받아 민선 2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민선3기 오창근 전 군수는 뇌물 수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각각 징역 2년 6월과 8월, 추징금 3천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울진 강병서 기자 kbs@msnet.co.kr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울릉 김도훈기자 h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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