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문가치, 안동에서 찾다] ⑧인문가치 문화산업으로 탈바꿈

안동…얘기 입혔다, 난리났다

안동국악단이 작년 상설공연한 퇴계연가.
안동국악단이 작년 상설공연한 퇴계연가.

인문가치를 보여주는 다양한 콘텐츠가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박물관이나, 종가'종택의 솟을대문과 높은 담장 너머로만 존재하던 유교적 철학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안동을 먹여 살릴 미래가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퇴계 선생의 선비적 삶과 철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또 안동 곳곳에서 역사와 전통을 오롯이 간직해 내려오고 있는 종가나 종택 등 고택'고가옥들은 공연의 배경으로 속살까지 드러내기도 하고, 리조트로 화련한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게다가 몇 해 전부터 안동의 역사와 문화자산을 스토리텔링해 제작한 다양한 뮤지컬과 오페라 등이 공연돼 안동을 찾는 관공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었다. 올 들어서도 '퇴계연가' '웅부뎐' '아! 징비록' 등 안동지역의 문화자원과 인물을 소재로 제작한 뮤지컬과 오페라 6편이 선보였다.

솟을대문 담장 너머에서 "에헴" 하며 뒷짐 지고 있던 안동의 전통 문화자산이 안동의 미래를 먹여 살릴 콘텐츠로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인문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안동의 인문가치 담은 뮤지컬'오페라

안동에는 안동의 문화자산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다양하다. '퇴계연가' '왕의나라' '부용지애' '원이엄마' '아! 징비록' '웅부뎐' 등 뮤지컬과 오페라 6편이 올해 공연됐다. 19일과 20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는 퇴계 선생 이야기를 다룬 가무극 '연'(緣)이 올해 마지막 지역문화 콘텐츠물로 공연된다.

특히 안동국악단이 주관해 퇴계 선생과 두향의 사랑을 그린 '퇴계연가'는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16일까지 안동댐 보조호수 개목나루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8시부터 20회 상설공연됐다.

이 콘텐츠는 지역문화산업 콘텐츠의 모범 모델로 평가받았다. 지역의 이야기를 저비용 상설공연을 통해 경쟁력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퇴계연가'는 지난해까지의 단편적 공연에서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20회짜리 상설공연으로 탈바꿈했다. 내용과 형식을 뮤지컬에서 노래와 춤이 중심이 된 가무극으로 변화시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올해 상설공연에는 안동대학교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안동지역 기업들의 잇따른 후원도 있었고 안동농협 등 기관단체가 대규모로 관람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경상북도를 비롯해 문경'영양'예천'의성'칠곡'고령 등 경북지역 지자체 문화분야 담당 공무원들이 대거 관람해 지역문화산업 경쟁력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원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우리나라 곳곳에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수백 년 역사의 고택과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퇴계연가는 지역문화를 콘텐츠로 만들어 관광상품화하는 미래산업의 모범 사례로 충분하다"고 했다.

안동국악단은 19일과 20일, 퇴계연가를 다시 한 번 새롭게 탈바꿈시킨다. 실경에서 실내 무대로 배경을 옮기고, 형식도 춤과 노래가 한층 더 풍부해진 가무극 '연'으로 꾸며 지역민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이 밖에 '부용지애'는 인문가치 포럼 기간 동안 낙동강 버들섬을 배경으로 열려 세계 석학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뮤지컬 '왕의 나라'는 실경에서 무대극으로 변화해 선보였으며, '원이엄마'도 450년을 훌쩍 뛰어넘는 애절함과 부부간의 사랑 등 안동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애니메이션'웹툰'소설'영화도 한몫

안동을 배경으로 한 전설'동화 등을 소재로 만든 다양한 문화 콘텐츠도 지역 대표 상품으로 각광받으며 콘텐츠 산업 모델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안동이 가진 문화유산과 인문가치를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개발해 콘텐츠 산업을 견인하는 것은 물론 안동의 정신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동시에 따르면 현재 안동을 소재로 제작된 콘텐츠는 4D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웹툰, 뮤지컬, 오페라, 가무극 등 10여 개에 이른다. 지역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선생의 동화를 원작으로 안동시가 제작한 3D 단편 애니메이션 '엄마 까투리'는 단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전국 극장 개봉에 성공했다.

올해는 이란 국영방송(IRIB)과 독일, 말레이시아 등 해외 6개국에 판매가 확정되는 등 해외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엄마 까투리'는 민자 유치를 통해 내년 6월까지 26억원을 들여 TV방송용 애니메이션 제작이 추진된다.

4D로 제작돼 전통문화콘텐츠 박물관에서 상영 중인 애니메이션 '미투리'도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을 섬세하게 꾸민 영상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450년 전 남편을 잃은 원이엄마의 애틋한 편지글과 미투리를 소재로 제작한 애니매이션 '미투리'는 원이엄마의 아름다웠던 한때를 하회마을과 봉정사, 국화밭 등을 배경으로 고화질 4D 영상으로 재현했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결정적 계기가 된 병산전투를 모델로 안동의 역사, 문화, 전설 등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고스란히 담은 4D 애니메이션 '고창전투'도 큰 인기다. '미투리'와 '고창전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안동 전통문화콘텐츠 박물관에서 매 시각 교차 상영 중이다.

안동시 이천동 제비원 전설을 바탕으로 한 '제비원 이야기'도 주호민 작가에 의해 웹툰으로 부활, 지난해 12월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 일요웹툰에 연재되면서 젊은 층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연이처녀, 제비원 미륵불을 조각한 형제, 제비원과 법룡사의 절 짓기 시합, 제비가 된 목수 등의 이야기를 엮어 민담 특유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뮤지컬 등에 출연하는 배우와 제작자 대부분은 지역 출신으로 지역 문화인력 양성과 문화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보탬이 되고 있다. 안동의 다양한 문화와 인물, 이야기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를 적극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동시, 문화융성 시대 선도 문화시설 확충

안동시는 정부의 국정지표 중 하나인 문화융성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각종 문화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전통문화 전승보전과 문화예술 활동지원, 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전 관리와 지속 가능한 문화재 활용사업 지원에 올해 모두 336억원을 투입, 문화융성 시대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안동시는 한국정신문화가치 정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문화기반시설을 확충했다. 지난연말 준공한 권정생어린이문학관(일직면 망호리)이 지난 상반기에 개관해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착공한 소천음악교육관(성곡동)도 지난 4월 준공, 어린이와 음악동아리의 활동의 장으로 제공된다. 평생학습교육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강남어린이도서관(정하동)도 지난해 설계용역 등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올해 초 공사에 들어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안동 목성동과 화성동 일대 종교타운 조성사업도 지난해 실시설계를 끝내고 보상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마무리되면 도심 속 작은 공원으로 자리 잡아 다양한 종교 간의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의 정신문화수련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연수생 수용을 위해 제2원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착공식을 마친 제2원사는 내년에 완공한다. 지난 한 해만 선비문화수련원을 다녀간 교육생이 3만5천여 명이 넘었다. 올해는 5만여 명이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충효의 실천적 모습을 통해 안동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건립 중인 안동충의역사체험장은 빼어난 임하호의 절경과 함께 임동면 수곡리 5천㎡ 부지에 건립 중이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완공되면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역전통문화의 전승보전 및 문화예술 활성화와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콘텐츠 발굴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지역전통문화의 전승보전과 문화예술 창달을 위해 안동민속축제, 여성민속한마당, 대보름민속놀이, 풋굿축제, 단오제, 안동예술제 등 다양한 문화산업도 추진되고 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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