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생협 눈속임 '사무장병원' 대구경북 5곳

대구 건보공단 선별 조사 수성·동구·달성군 등 5곳 수사의뢰

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의사와 함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 '사무장병원'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인이 아니어도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본부는 대구'경북의 의료생협 38곳 중 9곳을 선별 조사한 결과,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5곳을 적발해 경찰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10일 밝혔다.

3곳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대구시와 경북도에 통보했다. 의료생협은 대구 18곳, 경북 20곳 등 전국적으로 386곳이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지난 6~11월 의료생협으로 개설된 의료기관 가운데 61곳을 선별, 실태조사를 벌인 뒤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중 96.7%인 59곳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됐다. 특히 49곳은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고, 생협법을 위반한 곳이 7곳,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3곳 등이 적발됐다. 경찰은 불법 행위에 가담한 35명을 붙잡아 1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부당'허위 청구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진료비는 1천510억원에 이른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사나 비영리법인만 개설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은 일반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 불법 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이에 비해 지역주민과 취약계층에게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생협은 조합원 300명 이상, 출자금 3천만원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춰 설립할 수 있다. 설립 조건이 맞으면 의료인이 아니라도 병'의원을 세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의료생협들은 이사장이 600만원 이상 출자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조합원들의 명의만 빌려 병'의원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수성구와 동구 의료생협의 경우 이사장이 출자금을 모두 대납하고 다른 이사가 실제로 병원을 운영했다가 적발됐다. 달성군의 또 다른 한의원도 출자금을 이사장이 모두 내고 이사장의 처남이 실제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칠곡의 또 다른 의원은 이사장이 모두 출자금을 냈고, 이사회 임원이 병원 경영에 간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가 경찰에 수사의뢰됐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사례가 적발됐다. 대전의 한 의료생협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4급 직원이 A 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고 거짓으로 서류를 작성해 의료생협 인가를 받게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인가를 받은 A씨는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며 환자를 유인하고, 필요없는 처방을 하거나, 아픈 곳이 없는 간호조무사들도 침을 맞게 해 요양급여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의정부에서는 신장투석병원을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하다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의료생협으로 전환해 의료행위를 계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온갖 불법 행위도 판쳤다. 의료생협 명의로 고급 승용차를 빌린 뒤 이사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곳이 적발됐다. 가족들의 명의로 이사장 출자금을 대납한 뒤 다른 사람을 이사장으로 앞세워 건물 인테리어와 각종 의료기기 납품 등을 명목으로 10억원을 빼간 의료생협도 있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생협 중에는 지역 주민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등 본래 취지를 제대로 활용하는 곳도 많지만 유사의료생협이나 사무장병원의 허가통로로 이용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료생협이 사무장병원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인가 기준을 강화하고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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