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건 유출로 드러난 청와대 참모들의 총체적 고장과 무능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은 청와대가 동사무소만도 못한 조직이라는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문건 유출을 오래전에 인지하고도 문건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한 자체 조사도 하지 않았고, 문건 유출 당사자에 대한 처벌은 물론 문건을 회수하려 하지도 않았다. 문건 유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것은 결국 청와대가 자초한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4월 세계일보가 공직기강실 감찰 결과를 근거로 비리 행정관의 원대 복귀를 보도한 것을 계기로 문건 유출을 인지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건 유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출 책임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고 유출된 문건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문건 내용이 '찌라시' 수준이라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냥 덮었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문제의 문건에는 박근혜정부를 뒤흔들 수 있는 민감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어떤 경위로 이 문건이 작성됐는지, 내용 중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찌라시'인지 자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문제의 문건이 '찌라시'인지 아닌지는 검찰이 밝혀낼 일이지만 어쨌든 박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찌라시'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의 상황 인지능력이나 현실 감각이 수준 이하임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참모들을 믿고 일해야 하는 박 대통령이 안됐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건 유출 사건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허술한 일 처리 방식은 청와대가 총체적인 기강 해이에 빠져 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게 한다.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가 흔들리면 내각이 흔들리고 내각이 흔들리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고 국민은 불안해진다. 문건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개각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그 보다 더 급한 일은 청와대의 고장(故障)부터 고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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