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1988)을 받은 나기브 마푸즈는 1911년 오늘 이집트 카이로에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도 카이로대학에서 공부한 뒤, 공직생활을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훗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종교적 검열 때문에 오랜 세월 고통을 받았던 마푸즈는 원래 검열관 출신이었다. 공직생활 초창기에 부동산부에서 일하다, 예술 관련 부처 검열관으로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마푸즈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작가였다.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신'이었다. 아랍세계에서는 신(=알라)에 대해 논하는 것은 금기시됐지만 그는 예외였다.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게벨라위의 아이들'(1959)은 마호메트와 모세 등 종교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당연히 한 동안 이집트에서 판금을 당했다.
또 다른 대표작 '나일 강변 한담'(1966)도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소설은 나세르 정권 시절 이집트 사회의 퇴폐적인 모습을 묘사하고 있고, 이 때문에 곧바로 금지처분을 받았다.
고령의 그는 생전에'카이로 빈민을 비롯해 이집트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장례를) 애도해주는 것'을 바랐다. 하지만 비민주적인 선거로 '5선 연임'에 성공한 무바라크 정권은 마푸즈가 가진 영향력을 의식했는지, 2006년 9월 그의 장례식에 극소수 각료들만 참석토록 제한했다. 마지막 소원은 이뤄질 수 없었다.
석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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